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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그린벨트 역할 못하는 곳 풀어 집값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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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보내고 나면 본인도 모르게 찐 살에 단추 끼우기가 거북스러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몸이 불어나 옷이 맞지 않는다면 살을 빼거나 몸에 맞는 옷을 다시 사 입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같은 일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 옷이 작아진 것처럼 주택이 부족해진다고 사람을 강제로 이동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서울시민 절반이 전ㆍ월세를 전전하고 있고,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기대조차 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주택시장을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파트 가격은 적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문제는 어떻게 적정선을 유지할 것인지다. 서울 아파트는 일부 가수요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최고의 청사진은 적정한 공급과 함께 지나친 가수요 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일 것이다.

수요 억제 일변도 정책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제한된 택지 내에서 공급을 마음대로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서울시 면적의 25%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는 상황은 근본적 공급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물론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하는 그린벨트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해 지금도 제대로 된 주거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경과 미래 세대를 챙기자는 얘기는 선뜻 와닿지 않는다. 지금도 비싼 집값에 경기도 인근으로 밀려나 한 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을 아침저녁으로 왕복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는 주택이 공급돼야 할 곳은 서울임을 방증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정한 주택이 공급됐다면 과연 지금처럼 수십만 대의 차량이 매일 아침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을까. 양질의 주택을 적정하게 공급하는 것은 단순히 주택 가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민 개인 삶의 질과 국가 전체 생산성과도 관련된 문제로, 단순히 투기 세력이 무서워 덮어놓고 반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과거 부동산 가격 상승기의 정책 방향은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 대책을 펴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정된 토지로 인해 서울은 공급 확대가 여의치 않다. 또한 일부 그린벨트 지역은 비닐하우스 난립 등으로 보전 가치가 퇴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을 위해 보전 가치가 낮은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것은 필요한 곳에 주택을 공급할 수 없도록 만들어 가격 정상화 대책의 추진을 방해할 수 있다. 오히려 보전 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는 해제하고 고밀도 개발을 통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개발 계획, 예를 들어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로 개발해 서민에게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편이 가격 안정 등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비닐하우스가 들어차 그린벨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지역에 다양한 기능이 집적된 복합 건물이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인근 주민들의 수요를 지역 내에서 해결해 교통 유발은 물론 환경오염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그런 다기능 집적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건설기술 발전은 괄목할 만하다. 123층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도 서울 도심에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더 이상의 난개발과 부동산시장 예측 실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시의 기능은 물론 추후의 확장성 등을 고려한 큰 그림을 시대에 맞게 새로 그려야 한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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