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계는 위기에 봉착해있다. 정경유착, 형제간 재산 다툼, 잇달아 터지는 갑질 의혹, 회삿돈 남용, 횡령의혹 등. 기업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모두 사라지고 부정적인 이미지만 계속 증강되고 있다. 어떠한 항변으로도 동정심을 사기에는 반기업정서가 지나치게 확산돼있다.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기업과 기업가의 위상이 이처럼 나락으로 떨어져 있는 나라는 없다.
위기는 항상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바로 이러한 때에 두 명의 40대 그룹 총수가 탄생한 것이다. 40대는 절제된 젊음을 상징한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는 도전심을 갖고 있지만 청춘의 치기에서는 벗어나 있는 완숙한 젊음이다. 이것을 한국 재계가 산업화 초기와 같은 역동성을 부활시키고 기업가의 위상을 되찾는 데 써 달라는 기대다. 그래서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매일 아침을 '벅찬 가슴'으로 맞았다고 했다. 항상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아 나섰다는 말이다. 기업을 물려준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배울 점은 바로 이러한 저돌적인 기업가정신이다. 여기에 근면과 성실만 더하면 된다. 그 외에는 모두 바꿔야 한다. 기업가 유전자 말고는 모두 바꾸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정치권과의 결별이다. 정치가 사업에 도움이 되던 시기는 이미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고리를 끊지 못한 잘못을 많은 기업들이 반복해왔다. 정치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마라. 지분율을 갖고 경영권을 유지해야만 할 정도라면 총수자리에서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한다. 경영을 제대로 했다면 '실력'으로 총수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경영권 세습의 문제이다. '저 자리는 내가 결코 올라갈 수 없는 자리'라는 생각은 돈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심리적 상실감이다. '나는 돈 많이 받는 노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창업세대 직원들에게는 적어도 회사를 같이 일구었다는 자부심이라도 있었다. 이 문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재탄생에도 중요한 변수다. '상속=경영권 확보'의 등식은 한국적이다. 상속을 받아도 경영까지 할 필요가 없는 자본주의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실현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두 젊은 총수는 10년, 20년을 내다보면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53세에 은퇴한 빌 게이츠처럼 멋지게 사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 사람은 한국자본주의 3.0의 창시자가 될 것이다. 산업화를 일군 창업세대보다도 더 큰 업적이 될 것이다. 두 경영자의 취임을 축하하며 간절히 부탁한다. 한국 경제의 기둥이 돼달라고.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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