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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 틀린 은산분리 반대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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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 '대주주적격성 심사' 탓 진입 유인 희박…알리바바·바이두 등 中 IT공룡 시장잠식 우려해야

'번지수' 틀린 은산분리 반대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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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삼성은행은 안됩니다. 재벌은행을 막아주세요."
진보 시민단체들이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처럼 '재벌의 은행업 진입→금융의 사금고화' 우려 탓이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까다로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뚫고 국내 재벌기업들이 '라이선스 산업'인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유인이 낮은데다 전례를 볼 때 이것이 사금고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해서다. 오히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중국 IT공룡들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산분리 완화 대상(재벌기업)을 법에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맡기는 안이 오는 20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 부쳐지면서 시민단체들이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법률보다 수위가 약한 시행령을 피해 재벌기업이 은행업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되면 재벌이 '쌈짓돈'처럼 돈을 빼쓰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 종사자들을 포함해 주무부처인 금융당국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대상기업을 포함해 국내 기업 대부분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흥행 저조'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재벌기업이 들어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문에 그룹 전체가 수시로 감독당국에 조사와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재벌이 허가산업인 은행업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은행의 사금고화도 기우라는 지적이다. 시중은행보다 은산분리 규제(현재 시중은행 4%ㆍ지방은행 15%)가 약한 지방은행의 경우 오랜 기간 기업이 지분을 보유했지만 사금고 논란이 불거진 적이 전무하다. 실제 롯데(특수관계인 포함)는 BNK금융지주 지분 11.4%를, 삼성생명은 DGB금융지주 지분 6.95%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은 오히려 논의의 초점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중국IT공룡 기업을 포함해 해외기업의 진입 가능성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업 라이선스를 가진 해외 IT기업들이 국내은행과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IT 3대 공룡기업인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는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금융플랫폼을 구상하며 한국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취득,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텐센트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에 2억달러(23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금도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계 기업들이 꽤 있다"면서 "이들이 주도권을 갖고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걱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산분리 이슈와 관련해 스테이크홀더(이해당사자) 간의 이견 차가 뚜렷하고 숙의가 이뤄지는 건 좋지만 이슈가 비생산적인 갑론을박과 이념공방으로 번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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