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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병역특례제도, 폐지해야 할 구시대적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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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폐막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오래된 병역특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특례를 받는 선수는 축구 스무 명, 야구 아홉 명 등 마흔두 명이다. 병역법 제2조는 병역특례의 대상이 되는 '예술ㆍ체육요원'의 기준을 문화 창달과 국위 선양에 두고 있다. 문화 창달과 국위 선양이 기준이라면 빌보드 차트 1위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방탄소년단이 우위에 있다며 이들에게도 병역특례의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병역특례를 '특혜'와 '포상'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병역특례제도의 역사는 길다. 비단 예술과 체육요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유형의 병역특례제도가 시대 상황과 정치적 요구에 따라 변화돼왔다. 병역특례는 징병제의 특성에 그 뿌리가 있다. 징병제에서는 병역 자원의 수요와 공급이 제도 운영의 핵심이다. 인구가 너무 많으면 대체복무를 확대하고, 자원이 적으면 현역의 적격 요건을 낮춰 현역판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대표적인 것이 1969년에 신설된 방위병제도다. 당시에 병역 자원은 연간 20여만명을 상회해 모두가 군에 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금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병역특례제도가 생겨난 것은 1973년이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산업기능요원, 공중보건의사, 예술ㆍ체육요원과 같은 유형의 대체복무다. 요컨대 당시의 대체복무제도는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기보다 모두가 일정한 형태의 병역 의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데 방점이 있었다.
과연 지금의 병역특례제도는 필요하고 바람직한가? 병역특례가 제도화된 1973년의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73년에 제정된 '병역의무의 특례에 관한 법률'은 그 이전해인 1972년의 제20회 독일 뮌헨올림픽과 깊은 관련이 있다. 뮌헨올림픽은 북한이 처음으로 참가한 올림픽이다. 이 시절 국가의 지상 목표 중 하나는 '북한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었다('대한체육회 90년사'). 그런데 여기에서 대한민국이 참패했다. 북한은 첫 출전에서 종합 22위를 기록한 반면 우리는 33위에 머물렀다. 특히나 북한은 사격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북의 리호준은 '원수의 심장을 겨누는 심정으로 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대한사격연맹 회장이었던 '피스톨 박'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후에 태릉선수촌을 짓고 소수 정예 체육 엘리트를 대상으로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기 시작했다. 메달을 딴 선수에게 병역특례가 주어졌고, 국민체육진흥재단이 설립되는 한편 1975년에는 체육인 연금제도도 도입됐다. 1981년 '88 서울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결정된 후 우리 사회는 가히 스포츠 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스포츠 총력전'에 매진했다.

병역특례제도가 만들어진 45년 전의 상황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상황과 시대정신이 바뀌었다. 인구절벽으로 병역 자원이 부족해졌을 뿐만 아니라 병역특례에 대한 기준도 국위 선양이 아닌 형평성과 공정성을 중심으로 인식이 변화했다.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에서 스포츠가 국위 선양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종목은 이미 프로화돼 이들이 국가 이익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작년 12월31일 기준으로 대체복무자는 2만8286명이다. 이 중 예술ㆍ체육을 통한 병역특례자는 131명으로 0.46%에 불과하다. 인원은 적지만 사회적 파급력이 크기에 문제가 간단치 않다.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으로 73%에 달한다. 병역특례제도를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특례제도 검토는 늘 이해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원점에서 맴돌았다. 차제에 병역특례가 더 이상 혜택이나 포상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개혁해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폐지에 가까운 축소가 정답이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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