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김영익의 씨줄날줄] 시장금리 하락의 의미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올 하반기 들어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3년) 수익률이 2016년 7월 1.21%에서 올해 5월에는 2.31%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주에는 1.89%까지 떨어져 2017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대출금리도 3.7% 안팎에서 안정되고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경제성장률, 저축률과 투자율 차이, 채권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하향 안정세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상승률에 의해 결정된다. 실질금리는 사전적으로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을 실질금리의 대용변수로 사용한다. 그런데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대비 0.6%(전년동기비 2.8%) 증가에 그쳤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 0.7% 포인트일 정도로 내수는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1.3% 포인트로 높아 대외부문 때문에 0.6%라도 성장한 것이다. 최근의 산업활동 동향이나 기업 및 가계의 경제심리를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여전히 우리 경제는 저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구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현재 3%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노동이 감소하고 자본투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5년 후에는 2%대 중반으로, 10년 후에는 1%대 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의 국채(10년) 수익률이 2.3%로 미국(2.9%)보다 낮아졌는데, 금융시장이 갈수록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반영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에서 자금 잉여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총저축률은 자금의 공급이고 국내투자율은 자금의 수요라 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저축률이 투자율을 웃도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저축률과 투자율 차이가 3.6% 포인트로 2016년(6.8%)에 비해 줄긴 해지만, 여전히 자금 잉여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금 운용 측면에서 큰 변화가 앞으로 금리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금융회사는 돈이 들어오면 그 자금으로 대출을 해주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대출은 가계와 기업 대출로 구분된다. 지난 8월 통계를 보면 은행은 803조원을 가계 대출에, 817조원을 기업대출에 거의 절반씩 나눠 운용하고 있다.

앞으로 가계 및 기업의 은행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가계는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린 돈보다 많은 자금잉여주체이다. 2017년 한해도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자금잉여가 51조원이었다. 2015년 94조원에 비해 줄었지만 가계가 금융회사나 금융시장에 운용한 돈이 대출한 돈보다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주에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했다. 2018년 8월 현재 은행의 가계 대출 중 73%(588조원)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앞으로 가계 대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기업 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자금 부족주체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은 늘고 있는데,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면서 자금 부족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 주에 한국은행이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7.7%로 2009년(4.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09년 158.7%에서 2018년 2분기에는 82.7%로 낮아졌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다보니 기업의 자금 부족액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계정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의 자금 부족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에 5.1%였으나, 2017년에는 0.8%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3월말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594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2~3년 이내에 기업이 자금 잉여주체로 전환할 가능성 높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가계의 대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마저 자금 잉여주체로 전환하면 은행은 유가증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올해 3월 말 현재 우리 은행들은 2550조원의 자금을 대출에 65%, 유가증권에 17%를 운용하고 있다. 앞으로 대출 비중은 줄어들고 유가증권 특히 채권운용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자금잉여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채권 매수는 금리를 더 떨뜨릴 가능성이 높다.

김영익 경제칼럼리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