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업 지원↑ 기업인 체감도↓"…정부, 1조 더 투입해 '7전8기' 돕는다

정부 '7전8기 재도전 생태계 구축방안' 주요 추진과제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정부는 재창업 지원 확대에도 여전히 현장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에 관련 예산을 1조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은 지난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실패 기업인의 채무부담을 완화하고, 재도전에 나서는 기업인에게 각종 세제ㆍ행정 지원을 하는 '7전8기 재도전 생태계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되는 재창업 지원 예산은 과거 8년 동안 지원했던 연평균 예산의 4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신용등급이 낮아 정책자금 수혜가 어렵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재도전 특별자금·보증'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재창업자금 15억원을 창업예산과 별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이보다 90배 증가한 1388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 만족도는 높지 않다.

정부의 재창업 관련 예산 추이

지난해 7월 IBK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재창업 환경 만족도는 긍정적(15.9%)인 응답보다 부정적(57.0%)이라는 응답이 절대적이었다. 재창업 시 어려움은 '자금조달 곤란'(58.9%), '신용불량으로 인한 금융거래 불가능'(23.2%)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올초 재기기업인 설문조사에서도 지원사업 신청 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가 74.1%에 달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3조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해 실패 부담을 완화하고, 손쉬운 사업정리와 원활한 재창업 지원, 실패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용보증재단 등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순차매각한다. 내년까지 9000억원, 2021년까지 2조4000억원 등 향후 3년 동안 약 3조3000억원이 정리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8만여명이 채무조정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대보증이 적용되고 있는 12만여곳의 기존 대출ㆍ보증기업에 대해서는 이달부터 책임경영심사를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할 방침이다. 횡령이나 사기 등 법률 위반 사례에 해당하거나 성실경영이 일정 기준 미달인 경우에만 연대보증이 유지된다.

정부는 연대보증이 면제됐음에도 경영인에게 '관련인'이라는 신용정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 않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밀린 세금을 재기 뒤에 갚을 수 있게 하는 '재기중소기업인 조세특례' 제도는 2021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개인파산시 압류하지 않는 재산의 범위는 현행 900만원에서 1140만원으로 늘린다.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아이템이 좋으면 재도전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900억원 규모의 '재도전 특별 자금ㆍ보증' 지원도 이뤄진다.

'창업은 신중하게, 폐업은 신속하게 관리한다'는 방향에 맞춰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폐업 신고, 자산 정리, 신용회복 등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상시 지원한다. 상담ㆍ업무대행에 연간 1000명을 투입하고, 서울ㆍ부산 등 전국 13개소 재도전종합지원센터에서 파산ㆍ청산을 도울 계획이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실패박람회'에서 "누구든 실패해도 재창업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재기하는 걸 지원하는 게 가장 좋은 창업지원책"이라고 말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