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맞춰 출하 계획 세웠던 농가 차질…소비자들도 불편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명절 전날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며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는데다, 상품을 납품하는 농가들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기초자치단체가 지정한 날에 문을 닫아야 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차례용품용으로 작물을 재배한 농가들까지 출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일을 이례적으로 옮기는 재량을 발휘해 주길 원하고 있으나 눈 밖에 날까 입도 못 떼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조치경(가명ㆍ53)씨는 요즘 밭 일을 하면서도 한숨만 나온다. 조씨는 10만㎡(약 3만평)에 달하는 그의 밭에는 명절 차례용품으로 빠지지 않는 시금치를 비롯해 얼갈이 등 출하를 앞둔 엽채류들이 자라고 있지만 제때 다 출하돼 팔릴 수 있을지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명절 바로 직전 날은 1년 중 대목 중에 대목이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추석 전날 전 지점의 일 평균 매출이 평소보다 1.8배에 달했다. 올해 설 전날은 2.2배나 올랐다. 조씨가 납품하는 시금치만 예를 들어도 본격적으로 차례용 나물 판매가 이뤄지는 추석 이전 5일 가운데 추석 직전일 매출은 30%에 육박할 정도다.
이마트 관계자는 "명절 바로 전날에는 평소보다 200억원 정도 매출이 더 뛰는데 대부분 채소, 과일, 육류, 생선과 같은 전국 농가에서 올라온 신선식품류가 차지한다"며 "이번 추석에는 토요일이나 금요일로 수요가 분산된다 할지라도 준비한 물량이 다 나갈수 있을지 MD들도, 농민들도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미 홈플러스는 전 매장에 '추석 전날 의무휴업' 현수막을 걸어 놓고 고객들에게 미리 장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추석 고객을 잡으려고 사상 최대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첫 구매고객의 경우 3만원어치만 사도 1만원을 할인해주는 쿠폰 행사를 진행 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농가 등을 위해서라도 업계에선 지자체가 의무휴업을 임시 조정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제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질까 속앓이만 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에서 총동원해 미리 추석 준비를 권유하는 수밖에 없지만 농가와 소비자들의 불편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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