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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읽는 역사]일제의 식민통치 덕분에 근대화?... 수탈의 명분 쥐어준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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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읽는 역사]일제의 식민통치 덕분에 근대화?... 수탈의 명분 쥐어준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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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식민지 근대화론'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서구열강의 식민통치를 받다가 2차대전 이후 독립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는 큰 분노를 일으키는 단어다. 열강의 식민통치로 영원히 산업화 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던 비서구권 지역들의 산업화, 근대화가 시작됐으며 그들의 '진출'이 없었다면 이들 지역은 여전히 무지몽매한 전근대 사회에 머물렀을 것이란 식민지 근대화론은 몹시 오만하고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침략자의 논리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학설은 민족주의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각종 기록과 데이터, 특히 통계로 무장한 식민지 근대화론은 더 이상 언급조차 못할 '망발'이 아닌 정식 학설로 인정받고 있는 모양새다. 서구권에서는 제국주의 식민지 정책이 본국에 별다른 경제적 도움이 되질 않았으며, 식민주의가 처음 시작된 16세기 대항해시대때조차 대서양을 사이에 둔 아메리카와 유럽, 아프리카 간 삼각무역보다는 지중해와 북해 내에서 유럽국가들끼리 벌였던 해상무역이 더 큰 부를 가져다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식민통치 시절의 거의 모든 물적 토대가 6.25 전쟁으로 사라져 근거조차 하나도 없는 일본마저 일제강점기 조선식민지에 세운 도로와 철도, 공장이 한국 근대화의 토대가 됐다는 '시혜론'이란 주장을 일삼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의 '수탈론'에서 벗어나 식민지 시대에 통계상 고도 경제성장이 일어나 이것이 해방이후 한국 산업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출현하게 됐다.

이들 주장의 주요 근거는 '통계'다. 일제강점기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대, 1인당 소비 증가율은 3%대 후반을 기록했으며, 산업구조도 농업비중이 1910년대 85%에서 1940년대 50%대로 줄어들었으며, 공장도 40여개 남짓에서 4000개 정도로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의 주요 논거다. 일본의 식민지화와 수탈 이전부터 구한말 사회적 위기가 중첩되며 전근대적인 생산양식은 한계에 부딪혔으며, 일제강점기 체화된 자본주의적 사회구조가 1960년대 이후 산업화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 주요 논지다.
얼핏 들어보면 상당히 논리적인 수치들이지만, 문제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일제강점기에는 제대로 된 통계자료가 하나도 없었다는데 있다. 통계학이란 학문이 등장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지금과 같은 통계방식이나 기술적인 발전도 미비했기 때문에 당시 통계란 도저히 믿지 못할 것들 투성이다. 더구나 2차세계대전 이전까지 언론은 철저히 당국의 검열과 통제를 받았다. 구한말 조선조정이 만든 경제 통계든,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만든 경제 통계든 믿을만한 수치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1938년 일제가 국가총동원령을 내려 전시경제로 돌입한 이후로는 일본 내에 남아있는 통계 자료도 극히 드물다.

또한 해방직후 공업지역이 거의 없던 남한 지역은 일제가 남긴 물적토대도 거의 없었던데다, 이마저도 6.25 전쟁으로 거의 다 파괴됐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근대화와 일제강점기의 연결고리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주장처럼, 일제가 조선에 자본주의 방식을 이식해줬고, 이것이 한국 근대화와 연결됐다면 조선인 상당수가 일제에 의해 교육을 받았어야하지만, 일제말기까지 전문학교를 나온 조선인의 숫자는 전체 0.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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