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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북풍(北風), 이번엔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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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요즘 미국의 관심은 북한 비핵화도, 미ㆍ중 무역 갈등도 아니다. 오는 11월6일 실시되는 중간선거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느냐다.

대통령 선거일과 같은 오는 11월 첫 번째 월요일에 실시되는 중간선거는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연방 상원의원 3분의 1가량을 교체한다. 전형적인 대통령 중간평가다.
많은 대통령이 중간선거에 패해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곤 했다. 대공황 탈출에 앞장선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1938년 중간선거에서 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롤모델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198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상원 다수당을 내줬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최근 대통령들도 줄줄이 중간선거 패배를 맛봤다.

대통령제이긴 하지만 의회의 권한이 강력한 미국은 의회 다수당을 야당에 빼앗길 경우 대통령의 존재감이 흔들린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지지율은 최근 4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하원 다수당을 민주당에 넘겨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은 전 세계 경제를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몰아간 금융 위기를 촉발한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 파산 10년이 되는 날이다. 10년 사이 미국은 오히려 더 강해졌고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시기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여당이 유리한 게 일반론이다. 각종 스캔들로 낙마 위기에 몰렸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0일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를 자신하는 것도 경제의 힘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백악관의 난맥을 지적한 익명의 고위 관계자의 뉴욕타임스(NYT) 칼럼, 퓰리처상 수상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등이 최근 연이어 등장한 이유는 뻔하다.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을 공개하는 행보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대화 중에도 언론에 불거져 나오는 각종 부정적인 정보 상당수가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안보 업무 종사자들로부터 유출됐다는 의심이 거듭되고 있다. 과거 우리 정보 기관도 흔히 했던 '공작'이다.

미국 주류 사회의 입장에서는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당황스러운 존재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전 대통령도 북한 문제는 손을 놨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협정 서명을 눈앞에 두고서도 중동 평화회담 성사를 위해 스스로 포기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는 북한 문제는 미국 주류 사회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압박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타격을 하면 될 일이었다.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안한 정상회담을 연이어 허락했다. 참모들과 정부 관료들의 반발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내민 손을 일단 잡아보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변화다. 1차 북ㆍ미 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는 정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으로 봐야 한다. 판을 엎겠다는 본심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최근 거듭되는 미 정부의 대북 제재도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로 보인다.

남과 북, 미국의 정상이 모두 변화를 도모하는 상황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음 주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낼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선물'의 유효기간은 고작 몇 주일뿐이다. 때를 놓치면 부메랑은 오히려 한반도로 돌아올 게 자명하다. 북한은 과거 한국의 대선, 총선에 개입했거나 하려고 한 전과가 있다. 우리는 이를 북풍(北風), 총풍(銃風)으로 불렀다. 이번에는 그 목표가 미국이어야 한다. 미국 선거에 등장한 북풍이 트럼프 대통령도 살고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 길이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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