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없이는 내집마련 불가능 인식 확산…코인시장 발 들였다 손해·'10루타' 종목 발굴 주식 열공·복권에 유일한 희망걸기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지난해 연말 가상통화에 투자했다가 2000만원을 날린 김현수(32ㆍ가명)씨는 요즘 주식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특히 ‘2차전지’ 관련 주식을 유심히 보고 있다. 김씨는 “전기차 선두주자인 미국의 테슬라에 관한 기사부터 국내 2차전지 생산 기업의 사업보고서까지 찾아보고 있다”며 “가상통화로 날린 돈을 만회하는 길은 주식으로 성공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2030세대가 얼마 안 되는 전 재산을 들고 리스크가 큰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가상통화와 주식은 물론이고 로또 복권에 유일한 희망을 거는 청춘도 있다. 하루만에 1억원씩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 소위 ‘한탕’ 없이는 내집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상통화 열풍은 청년층이 주도했다. 한 가상통화 거래소가 지난해 12월 회원 4000여명의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20대와 30대 투자자가 58%로 전체 회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0대 20%, 50대 12% 순이었다. 10대는 4%, 60대 이상은 6%에 불과했다.
뒤늦게 코인시장에 발을 들였다가 크게 손해 본 직장인 김모(29)씨도 코인투자를 접고 주식 공부 중이다. 김씨는 “리플과 이더리움에 투자했다가 원금 80%를 잃었다”며 “이제는 주식투자 서적을 읽으면서 대박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장기간 투자해 10배 이상 수익을 내는 이른바 ‘10루타 종목’ 발굴에 열중하고 있다. 박씨는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가상통화에 투자하길래 100만원어치 정도만 투자했다가 물렸다”며 “실체가 없는 가상통화가 아닌 유망한 종목을 발굴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무런 투자에 나서지 않고 복권만 구입하는 젊은이도 있다. 전문대 졸업 후 7년 간 직장생활을 하며 8000만원 가까이 모은 이모(31)씨는 모아 둔 돈을 전부 예ㆍ적금에 넣어놓고 매주 1만원어치 로또를 사고 있다. 이씨는 “월급을 모아 서울에서 집을 사겠다는 꿈은 접은 지 오래”라며 “내집마련의 유일한 방법이 로또 당첨이라는 사실 자체가 때론 슬프다”고 씁쓸해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기업 신입사원들이 첫 월급을 받으면 적금 불입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엔 그런 문화 자체가 사라졌다”며 “사회생활 초기부터 한탕 크게 벌지 못하면 내집마련을 꿈꾸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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