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도입은 우리나라의 헌법, 역사, 정치ㆍ경제적 여건, 사회ㆍ문화적 전통, 안보 여건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한 정책적인 선택이 존중돼야 할 분야다. 정치적ㆍ시민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도 가입국이 도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양심의 진정성 심사는 본질적으로 곤란하다. 양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독립된 위원회에서 엄격하게 판단해도 한계가 있고, 병역 기피의 도피처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누군가가 내 양심을 심사한다는 게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것은 아닌가.
지금은 특정 종교가 주를 이루지만 대체복무가 도입되면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살생 금지, 평화주의 등 다양한 양심에 기초한 신청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 군 복무자는 양심이 없어 총을 들고 훈련하는 게 아님에도 감정적 박탈감을 안겨 군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병역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매년 발생하는 병역 거부자 약 500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체복무 도입이 전체 병역 제도와 병력에 미칠 파급력과 혼란이 우려되는 것이다. 현역병이나 다른 보충역을 수행하다 중간에 갑자기 양심이 생기면 어찌할 것인가.
현재 현역병 외에 다양한 보충역이 있고 그중 사회복무요원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내 양심은 한 달 군사 훈련도 못 받으니 다른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한다. 예비군도 대체복무로 갈음하자 한다. 대체복무로 형사 처벌도 피하고 어떤 취업상 불이익도 없기를 바란다. 형평성도 중요한 헌법 가치임을 유념해야 한다.
대체복무는 다른 특례 제도와 달리 병력 수급 현황에 따라 인원을 조절하기 어렵다. 현재 현역병 외에 다양한 종류의 보충역 제도가 있으나 이는 병력 수급 상황에 따라 인원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이고 현실적으로도 병력 상황을 고려해 인원을 결정하고 있다. 반면 대체복무제는 양심이라고 하면 무조건 대체복무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 본질이다. 쿼터제로 인원을 조절하면 차별이고 양심 침해라고 할 거다.
병역 기피는 양심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동일하게 처벌받기에 차별이 아니며, 처벌이 없다면 국방의 의무 이행을 강제할 실효적 수단이 없게 된다.
양윤숙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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