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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포세대2030]지하방 전전·왕복 3시간 통학…집값에 눌린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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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에 최소 2시간 소요되는 '프로통학러'
"9시수업은 꿈도 못꿔"
불법 '쪼갠 방'·햇볕 안드는 반지하 방 전전
일러스트=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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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전월세 값 급등으로 지방에서 상경한 상당수의 서울 소재 대학생들은 학교 주변 거주를 포기하고 장거리에서 통학하는 '프로통학러'로 전향하고 있다. 학업이나 아르바이트 등의 이유로 학교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학생들은 높은 월세를 피해 공간이 협소하거나 반지하 방을 찾아 헤매고 있다.

프로통학러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의 '프로(pro)'와 '통학',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를 붙여 만든 신조어다. 프로통학러들은 집에서 학교를 왕복하는 데 최소 2시간 이상 소비한다. 서울 경희대에 재학 중인 권모(25)씨는 한동안 학교 주변에서 자취 생활을 했지만 높은 월세를 견디지 못해 다시 경기도 용인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권씨는 "매일 왕복 3시간이 걸리는데 가장 아까운 게 시간"이라며 "지옥철, 지옥버스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장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수업 시간표조차 마음대로 짤 수 없다. 길 위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아끼려 하루에 최대한 많은 수업을 듣도록 일정을 짠다. 등교 일수를 줄이려는 것이다.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권씨는 "오전 9시 수업은 꿈도 꿀 수 없다"며 "지하철 정거장 25개를 1시간30분 내내 서서 가며 등교하기 일쑤라 수업을 듣기 전부터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이고, 하루에 수업을 몰아서 듣다 보니 늘 피로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대학생 28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의 평균 통학 시간은 편도 63분이다. 왕복 2시간 이상을 통학에 사용한 것이다.

자취를 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반지하 방이나 '쪼갠 방'을 전전한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반지하 원룸에 거주 중인 대학생 이모(26)씨는 "대학가 주변에서 비교적 사람이 살 만한 곳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 정도가 시세"라며 "햇볕이 안 들고 창밖으로 사람들의 발만 보이는 곳 정도가 돼야 싸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하나의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을 불법으로 쪼갠 방은 비교적 싸지만 얇은 합판 등으로 방을 나눠 안전이나 소음 등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화장실, 주방 등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나중에 돈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 이씨는 "운이 좋아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서울의 그 흔한 아파트 하나 가지지 못할 거란 확신이 든다"며 "평생 이 집 저 집 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암울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2017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20~34세) 21만3000가구가 월 소득의 25% 이상을 임대료 지출에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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