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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혼자 사는 여성은 숨어 살아야”…두려움의 일상화를 아시나요

최종수정 2018.09.10 10:26 기사입력 2018.09.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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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50대 남성 갑자기 튀어나와”
“배달음식 문 앞에 두고 가라고 주문”
“보안 좋은 방은 비싸서 엄두도 못내”
“정부 대책, 고맙지만 더 강화했으면”

혼자 사는 여성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가. 사진=이지은 인턴 기자 kurohitomi0429@asiae.co.kr

혼자 사는 여성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가. 사진=이지은 인턴 기자 kurohitomi0429@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지은·임주형 인턴기자] “혼자 사는 여성은 늘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살아야 안전을 지킬 수 있잖아요”

지난달 31일 오전 7시께 서울 영등포구의 주택가에서 한 30대 남성 배달원이 혼자 사는 여성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여성이 비명을 지르자 무차별 폭행을 해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 서울 광진구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혼자 사는 여성 원룸에 몰래 들어갔다가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 남성은 여성이 귀가할 때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번호를 기억,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성범죄 등 각종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의 37.2%는 ‘범죄 발생’을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여성 1인 가구가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전체 여성(50.9%)보다는 낮고, 남성 1인 가구(36.2%)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아시아경제’가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은 서울의 한 대학가 일대를 다니면서 이들을 만나본 결과 이들은 일상에서 범죄로부터의 공포·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실상 두려움의 일상화였다.

대학 입학 후 학교 앞에서 3년간 자취했다는 여성 A 씨(23)는 “같은 건물에 사는 입주자에게 불만이 있어도 몇 호에 여자 혼자 사는지 알아내기 쉽기 때문에 해코지당할 위험이 있어 참고 살았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성 B 씨(24)는 “외출할 때 내부 창문은 꼭 걸어 잠그고, 잘 때도 이중 잠금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강조했다.

B 씨는 “경찰이 밤에 순찰을 하지만 원룸촌 근처에서 늘 성추행을 시도하려는 남성이 목격돼 학내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순찰만을 믿고 다닐 수 없어 내 몸은 내가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안전에 집착하게 됐다”며 “밤 중에 외출할 때에는 긴급연락 화면으로 대기시킨 핸드폰을 쥐고 나간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실제 범죄에 노출된 C 씨(24)의 경우 “집에서 나오는데 한 50대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이상한 말을 하고는 재빨리 사라졌다”며 “이 사건 이후 맞은편에서 남성이 걸어오면 일단 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건 직후 바로 인근 경찰서에 이 사실을 신고했지만, (가해자가) 내 집이 어딘지 알고 있어 매일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혼자 사는 여성 D(24) 씨는 “야식 배달원이 집 앞에서 돌아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며 “물론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 수 있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배달음식도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하고 안심번호로 주문한다”며 “이런 것이 혼자 사는 여자의 일상이다”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런가 하면 혼자 살 목적으로 원룸을 찾고 있다는 40대 여성 E 씨는 “지금 일주일 째 원룸을 찾고 있는데, 안전을 위해 집의 위치가 큰 도로변과 가까운지, 골목길 가로등은 몇 개가 있고 얼마나 밝은지 하나하나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면 이웃 중에 이상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까지 확인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은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을 위한 각종 보안 장치가 많은 원룸 등은 가격이 비싸, 학생 등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20대 초중반 여성들과 사회초년생들은 현관문 잠금장치 하나에 자신의 안전을 맡기고 있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근처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오피스텔은 엘리베이터 버튼도 경비원이 일일이 눌러 작동해, 배달원 출입조차 통제되는 편”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보안이 뛰어난 집은 월세가 80만 원에 달해 대다수 평범한 학생이나 직장인은 꿈도 못 꾸며 금액을 듣고는 포기하고 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도 “일반적으로 현관과 1층 출입문에 잠금장치가 있는 집들은 어느 정도 보안이 되는 원룸으로 취급되는 편”이라면서 “오피스텔은 전세로 치면 2억, 월세에 관리비까지 하면 월 100만 원이다. 평범한 직장인 월급으로는 감당 못 한다. 보안 따지겠다고 이런 집에 세 들어 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이 ‘여성 안심 귀갓길’을 순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여성 안심 귀갓길’을 순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혼자 사는 여성, 범죄 피해 가능성 높아…“정부 대책 고맙지만, 더 강화했으면”

이 가운데 혼자 사는 여성들의 범죄 피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논문집에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33세 이하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범죄 피해를 볼 가능성이 2.27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혼자 사는 여성의 범죄 피해 가능성이 같은 주거 형태의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강 교수는 2012년과 2014년 형정원이 시행한 ‘전국범죄피해조사’를 활용, 총 1만3260가구 가운데 1인 가구 3117명의 범죄 피해율과 영향 요인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혼자 사는 여성의 범죄 피해율이 높은 경향은 33세 이하의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33세 이하 여성 1인 가구는 남성보다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무려 11.226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처럼 혼자 사는 여성이 범죄로부터 표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다양한 범죄 종류와 비교하면 단순한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여성 대상 범죄 취약지에 위치한 편의점 1000여 개 소를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했다. 또 이를 통해 위협을 느낀 여성이 대피해왔을 때 매장 직원이 핫라인으로 연결된 경찰에 출동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을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집 앞까지 동행하는 여성안심 귀가스카우트도 시행 중이다. 경찰은 특정 지역을 ‘여성안심 귀갓길’로 지정해 폐쇄회로(CC)TV, 비상벨을 설치하거나 순찰을 강화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아시아경제’가 만난 한 여성은 이 같은 대책에 대해 만족하면서도 보다 강화한 순찰을 부탁했다.

자신의 짚 바로 앞에서 범죄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C 씨(24)는 “언제 어디서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지금 시행하고 있는 각종 대책도 고맙지만, 집 앞 골목길 순찰, 더 많은 가로등과 CCTV가 설치되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함은 정말 심각하다”면서 “정부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보다 강화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이지은 인턴기자 kurohitomi0429@asiae.co.kr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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