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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세제 떠있는 음료·립스틱 자국 머그…매장은 설거지옥 '아비규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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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질 떠있는 음료·립스틱 자국 머그…소비자 불만
밀려든 설거지 버겁고 파손·도난 등 매장은 하소연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머그가 비치되어 있다. 이선애 기자 lsa@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머그가 비치되어 있다. 이선애 기자 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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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머그에 담겨져 나온 음료에 이물질이 떠 있었어요. 깨끗이 세척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컵에 커피나 음료를 따라 마실 때 떠 있는 세제 찌꺼기 같은 거요. 손님이 몰려들면 설거지도 제대로 할 시간이 없겠죠. 보진 않았지만 세제를 푼 대야에 컵을 담가 놓고 그냥 물로 헹군 후에 음료를 담아주는 것 같아요."
"손님이 몰려들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머그는 쌓이고 음료는 빨리 나가야 해서 내 식구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세척은 하지 못하고 대충 헹궈 나갈 수 밖에 없어요. 매장 조리실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고, 머그를 충분히 둘 공간도 마땅치 않아 복잡해요. 그야말로 '설거지옥'이죠."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손님이 두고간 컵이 그대로 놓여있다. 이선애 기자 lsa@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손님이 두고간 컵이 그대로 놓여있다. 이선애 기자 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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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 사용 단속이 시작된 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현장 곳곳에서는 혼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회용컵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컵 세척을 놓고 고과과 점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지는 풍경도 연출됐다.

30일 오후 서울 시내 주요 커피전문점ㆍ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돈 내고 '세제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명동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유 모씨는 "립스틱 자국이 남아있는 머그에 음료가 담겨 나와 항의했는데 너무 바빠 그런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하더라"며 "컵 냄새를 맡아봤는데 비린내도 났다"고 성토했다. 길 건너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만난 박 모씨는 "솔직히 햄버거 매장은 스피드(속도)가 생명인데, 깨끗하게 세척한 컵에 줄 것이라고 기대도 안한다"면서 "콜라에 기름 같은 게 떠 있는 게 눈에 보였는데, 그런 불편 감수하고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복잡한 공간에 컵이 쌓여있는 모습. 이선애 기자 lsa@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복잡한 공간에 컵이 쌓여있는 모습. 이선애 기자 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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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커피전문점ㆍ패스트푸드 사장과 직원들은 하나 같이 설거지가 버겁고, 파손과 도난 등의 애로사항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명동의 한 커피전문점 직원 이수연(가명·24) 씨는 "설거지옥이란 말이 요즘 유행인데, 이 표현만으로도 대충 상황이 짐작되지 않느냐"면서 "이렇게 바쁠 때 텀블러 세척을 요구하는 손님들을 마주하게 되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냄새가 난다고 뜨거운 물에 소독해 달라는 고객도 있는데 이러면서 시간을 잡아먹다 보니 설거지에 소홀해지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의 한 커피전문점 사장 김진우(가명·48) 씨는 "세척에 대한 컴플레인(불만)이 들어올 때 마다 양해와 함께 새 음료를 준비해드린다"며 "환경보호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설거지 등 늘어난 업무로 직원이 애를 먹으면서, 사람이 자주 그만두고 쉽게 구해지지도 않는다"고 읍소했다.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손님이 두고간 컵이 그대로 놓여 있다.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 손님이 두고간 컵이 그대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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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머그 파손·도난, 텀블러 세척 요구, 일회용컵만 고집하는 고객, 노오더(no order)족 등도 골칫거리다. 마포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 모(38)씨는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업주가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부탁을 해도, 막무가내로 일회용컵을 고집하는 고객이 많다"며 "손님 실수로 컵이 깨져도 음료가 튀었다, 파편이 튀었다 등의 핑계로 음료값 환불과 세탁비 등을 요구하는 고객도 많고 바쁜 시간대 더러운 텀블러 세척을 요구하는 진상 고객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중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42)씨는 "개당 8500원짜리인데 한달에 한 10여개 정도 머그 도난이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텀블러에 물만 받아서 마시면서 주문은 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는 노오더족도 늘고 있는데, 집에서 가져온 티백이나 믹스커피를 타먹는 손님까지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온 손님은 머그가 불안하다며 무조건 일회용컵을 고집하고 직장인들은 잠깐 앉았다가 나갈텐데 머그에서 나갈 때 일회용컵으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낭비며 번거롭다고 짜증을 낸다"며 "일회용컵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정부나 본사 차원에서 업주들의 애로사항을 덜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머그잔과 일회용잔이 같이 놓여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서울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머그잔과 일회용잔이 같이 놓여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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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점검 과정에서 ▲적정한 수의 다회용컵(머그컵 등) 비치 여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불가 고지 여부 ▲소비자의 테이크아웃 의사 표명 여부 등을 확인토록 했다. 현장 점검에서 규정 준수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정된 사업주에게는 5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 가맹점주는 "점검 시 머그컵의 적정 수량 기준이 단속반의 주관적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크다"며 "머그를 둘 공간도 없어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 변경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머그 권유에도 강하게 거부하는 고객이 많고, 잠깐 앉았다 나가니 일회용컵에 달라고 하고 한 시간 이상 앉아있는 손님도 있는데 그때 지자체가 단속을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일회용컵 사용을 고집하는 손님을 설득시키느라 주문 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모든 책임을 가맹점주에게만 묻는 것은 너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태료 부과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결국 단속을 나온 당시 공무원의 마음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란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회용품 줄이기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주만 밀어붙이는 단속이 아닌 일회용품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모두의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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