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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의 목표가 대학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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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하순, 학교는 2학기 시작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80일 정도 앞둔 숨 가쁜 랠리에 들어섰다. 언제부턴가 '대학'은 이 시대 가장 절박한 단어로 자리매김했고, 교육계는 대입 혁신을 위해 온 국민이 머리를 싸매고 각종 위원회가 온갖 대안을 다 내놓았지만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런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은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고등학교 학생, 학부모의 관점에서는 'For the University'일 것이다. 앞뒤 재볼 일은 없다. '어떻게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다. 갈 수만 있다면 어떤 비용인들, 희생인들 못 치르겠는가. 같은 맥락에서 고교 과정을 For the University의 압축이라 보면 과한 표현이 될까? 실은 더 정확히는 'Only for the University'다. '오직 대학만을 위해'인 것이다. 대학도 전 과정을 고려한다면 다행일 테지만 그 입구인 '대학 문턱'만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문제는 대학에서 불거진다. 일부 명문 공대생들조차 미적분을 못 풀어 과외 선생님(?)을 찾거나 학원가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대형 사교육 업체들의 대학생 인터넷 강좌도 성업 중이라 한다. 대학생이 돼서야 비로소 'Into the University', 즉 '대학 문턱을 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들도 고육지책으로 '물리 기초'와 같은 고교생 수준의 과목을 의무 수강시키거나 아예 기초 수학이나 물리를 가르치는 '예비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고 하니, 사교육이나 보습교육의 깊은 골을 실감하며 그나마의 자구 노력에 대한 묘한 안도감을 받기도 한다.

이즈음에 청소년들의 삶의 목표 자체가 대학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Beyond University'란 관점을 꺼내본다. 요지는 '대학을 넘어서'다. 우리 모두는 고교 3년의 기간은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활발한 사유로 많은 것을 배우고 흡수하며 정서적, 체력적으로도 폭발적 성장이 일어나야 할, 그 자체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여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들은 대학 너머의 삶을 내다보기는 어렵고, 입시용 문제 풀이와 '모르면 외워'식의 암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의 주입교육, 이런 것에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성취인들은 이미 십 대 시절 자신의 목표를 정했고, 그 시절 사유의 결과로 위업을 이룬 사례는 얼마나 좋은 귀감인가.

교육의 목표가 오직 대학이 돼서는 곤란하다. For the University를 지나, Into the University를 넘어, Beyond University를 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작가 생텍쥐페리는 "배를 만들려면 바다를 향한 동경심을 키워줘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청소년들에게 공부의 이유를 찾게 하고, 공부를 통해 생각의 힘을 길러줘야 하며, 대학 너머의 세상을 꿈꾸게 해야 한다.
교육 현장은 작금의 수능 개정안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백년대계'여야 할 교육이 '조령모개'나 '조삼모사'를 반복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예전보다 크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은 고교는 암기, 주입식 교육에 머물게 두고 대학은 예비 과정을 같은 것을 둬 대학 본연의 역할이 방해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대학 진학률 최고권 국가에서 적지 않은 대졸자들이 'After University'처럼 취준생, 공시생의 기간을 여벌로 거치고 있는 실정이다. 눈앞의 '배'가 아닌, 제대로 '바다'를 동경할 수 있는 Beyond University의 길은 언제나 보게 될지. 그 기다림이 초조하기만 하다.

임호순 충남삼성학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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