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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그늘…'소득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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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계수·상하위 소득격차 잇단 경고음

정부 소득불평등 완화 정책 사실상 전무…EITC 효과 내년 말돼야 기대
전문가 "최저임금 외에 소득불균형 완화정책 다양화해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소득불평등 심화는 소득주도성장을 기로에 서게 만든 또 하나의 중대 계기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최저임금 인상 등 저소득층의 소득 확대에 치중했음에도 불구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다는 점에서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계층별 소득불평등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2일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노동리뷰 8월호에 실은 '최근 소득불평등의 추이와 특징' 기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장소득(근로소득 등 시장을 통해 얻은 소득) 기준 가구소득 지니계수는 0.401로 지난해 같은 기간(0.375)보다 더 커졌다. 지니계수는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0.4를 넘은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복지 혜택 등을 반영한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올 1분기 지니계수는 0.34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아졌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상위 10% 임금은 하위 10%보다 4.3배 많았다. 미국(5.07배)에 이어 회원국 가운데 2위다. 2006년 5.12배를 기록한 후 감소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지만 해결 속도가 더디다는 점에서 구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득불평등을 키운 것은 역설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이다.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 확대를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16.4% 대폭 인상한데 이어 내년에도 10% 이상 올리기로 확정했지만, 결과는 저소득층의 고용위축 뿐이었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일용직 일자리는 전년동월대비 12만4000개가 줄었다. 일용직은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 추이를 보였다. 직업별로도 기계조작, 조립, 단순노무종사자 일자리는 7월에 21만9000개가 사라졌다. 반면 같은 기간 관리자ㆍ전문가 등 비교적 고소득 직종 일자리는 13만8000개가 늘었다. 정규직 근로자 일자리도 27만2000개 증가했다. 한 마디로 고소득 일자리는 늘고, 저소득 일자리는 줄었다는 얘기다.
저소득층 일자리가 사라지니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 감소로 소득분배가 악영향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40대의 고용 악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득분배 측면에서 중간허리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연령대의 고용이 부진해지면서 소득분배 기능이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지금까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고용위축, 저출산ㆍ고령화와 함께 소득양극화를 언급하면서 "해결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복지 측면에서 소득재분배 정책은 아직 시행된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저임금만 올렸을 뿐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게 될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은 아직 시행도 못했다.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기초연금은 노인에게 월 25만원씩 제공하며 아동수당은 만 6세 미만 아동을 둔 가정에 월 10만원씩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소득재분배 효과가 비교적 크다는 근로소득장려세제(EITC)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마저도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환급이 이뤄지는 내년 연말 이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다양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내놓으면서 '부익부 빈익빈'을 막는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외에 에너지비용, 통신비, 대출이자 경감 같은 다양한 소득지원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정책과 함께 교육이 기회평등 측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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