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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내고 싶어"…이산가족 2일차 상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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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가족끼리 저녁 후 오늘 일정 마무리…내일 작별상봉만 남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 날인 21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 참가한 가족들이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혈육의 정을 나누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 날인 21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 참가한 가족들이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혈육의 정을 나누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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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꿈 같다. 지금까지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안 보내고 싶다."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단체상봉을 앞두고 김혜자(75·여)씨는 동생 은하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라고 말하자 은하씨가 "내일 아침이 또 있지 않습니까"라며 씩씩하게 답하기도 했다.
북측 가족들은 전날 첫 상봉 당시 긴장한 표정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상봉에서는 표정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이날 3시간 정도 객실에서 만나고 함께 점심을 먹은 덕에 가족만 알 수 있는 추억을 쌓아 한결 기분이 좋은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마다 개별상봉 시간은 있었지만, 객실에서 가족끼리만 식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관식(89)씨 아들 승원(53)씨는 "객실 상봉이 아주 재미있었다. 왜 방에 안왔느냐"며 남측 기자에게 관식씨의 사촌 옥녀(63·여)씨가 노래하는 영상을 촬영한 카메라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자 옥녀씨는 "기자 선생한테 그런 건 왜 보여주냐"며 웃음을 지었다.

이수남(77)씨는 남측 기자에게 "(개별상봉 때) 손자 얘기도 했고 집안의 모든 가족들 사진을 꺼내놓고 이야기 했다"며 "지난 일을 이야기하다 보니 진짜 우리 형님을 만났구나 싶어서 감격했다"고 설명했다.
신재천(92)씨는 동생에게 "내가 그래도 여기 올라와서 너를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말하면서 남측 기자에게 "내가 얘를 만나서 친척들이 어디 살고 이런 거 알게 됐어. 내가 업고 다닌 동생이야"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북측 상봉단이 객실 내 개별 상봉을 위해 외금강호텔로 들어서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북측 상봉단이 객실 내 개별 상봉을 위해 외금강호텔로 들어서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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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족을 향한 그리운 마음과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짙었다.

언니와 여동생을 만난 배순희(83)씨는 "70여년 만에 만났으니 못다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며 "어제, 오늘 한 얘기도 또 하고 싶다"고 간절함을 드러냈다.

박기동(82)씨도 "60여년 만에 만나 반갑지만 헤어질 것 생각하니 안됐다"며 "기약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동씨의 말을 듣고 있던 여동생 선녀(74)씨도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다"며 "평화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담이 높다"고 답했다.

차제근(84)씨는 동생 제훈씨에게 "내가 버리고 나와서 항상 죄책감에 가슴이 아파. 내가 너무 미안해"라며 연신 사과했다. 그러자 제훈씨는 그의 무릎을 매만지고는 "아이고 뭐가 미안해요"라며 형을 위로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 날인 21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 남측 황우석(89) 할아버지가 북측 딸 황영숙(71,왼쪽) 할머니와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 날인 21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 남측 황우석(89) 할아버지가 북측 딸 황영숙(71,왼쪽) 할머니와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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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자 다수가 고령인 탓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단체상봉을 포기한 가족도 있었다.

한신자(99·여)씨는 피로가 쌓여 숙소에서 쉬기로 하면서 그의 딸 경복(69)씨가 혼자 들어오게 됐다. 어머니가 상봉시간 10분이 지난 뒤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이던 딸 경실(72)씨와 경영(71)씨는 경복씨의 말을 전해 듣고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남북 자매들은 전날보다 한참 살가워진 표정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강화자(90·여)씨의 단체상봉 포기는 북측에 미리 통보되면서 북측 가족도 나오지 않았다. 강씨는 앞서 개별상봉에는 참가하고 북측 가족과 객실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 상봉 행사에서 남측 김혜자(75) 할머니와 북측 조카 김성일(43)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 상봉 행사에서 남측 김혜자(75) 할머니와 북측 조카 김성일(43)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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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3시간 정도 객실에서 개별상봉을 하고 오후 3시 3분부터 5시까지 금강산 호텔 연회장에서 단체상봉을 가졌다. 단체상봉은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이후 저녁식사는 남북이 따로 한다.

이어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작별 상봉 및 공동중식을 끝으로 사흘간 만남을 종료한다. 남측 가족은 오후 1시 45분께 버스 탑승을 완료하고 귀환할 예정이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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