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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기 농민,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수술에도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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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 '백남기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빨간 우의' 폭행 혐의점 못 찾고도
부검영장 신청 이유로 들어
사용기준도 없던 '혼합 살수'
조사위, "재발방지 마련하라" 권고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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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특히 당시 경찰은 백 농민이 치료를 받던 서울대병원과 접촉해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한편, 수술과정에도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재발방지 및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재도를 개선할 것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겹겹이 봉쇄, “집회자유 침해”= 백 농민은 2015년 11월14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뒤 쓰러졌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백 농민은 이듬해 9월25일 세상을 떠났다.
진상조사위는 우선 경찰 지휘부의 경비계획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청와대 경호구역 진입 차단을 이유로 267개 중대(2만여명) 경력과 살수차 19대, 차량 1278대와 채증장비 102대 등 대규모 자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738대의 버스와 트럭 20대를 이용해 광화문로터리, 서린교차로 등에 차벽을 설치하는 한편 지하철 무정차 등 철저한 봉쇄에 나섰다.
백 농민이 사망한 직접적 요인이 된 살수차는 안전성 검증과 훈련이 미비한 상황에서 운용됐다. 경찰청 내부지침 외 법적 근거 없이 물과 최루액 등이 섞인 혼합 살수가 이뤄졌고, 이는 위법한 행위라는 게 조사위 측의 설명이다. 특히 현존하는 위험이 명백한 상황이 아님에도 백 농민을 향해 지속적으로 직사살수를 한 것, 살수행위를 주시하지 않고 살수를 지시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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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가능성 낮았는데…‘연명’ 위한 수술 개입= 백 농민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이후에도 경찰의 개입은 계속됐다. 경찰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병원측과 접촉하며 백 농민의 치료·예후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했다.
무엇보다 경찰이 백 농민의 ‘연명치료’를 위한 수술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의료진은 수술을 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혜화경찰서장이 서울대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경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청와대에서도 백 농민 상태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자 서울대병원장은 백선하 교수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30분께 병원에 도착한 백 교수는 가족들에게 수술을 권유했고, 이튿날 새벽 세 시간가량 수술이 진행됐다. 백 교수는 백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거센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순수한 의료적 차원에서 수술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게 진상조사위의 판단이다. 유남영 위원장은 “사람을 살리려는 뜻도 있었겠지만 백 농민이 사망하면 급박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행 혐의점 없던 ‘빨간 우의’…반년 뒤 빌미로 ‘부검영장’= 더구나 경찰은 당시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일베)’ 등을 중심으로 퍼트린 ‘빨간 우의 가격설’을 부검영장을 발부받는 데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빨간 우의’는 백 농민이 쓰러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등장하는데, 이 ‘빨간 우의’에 폭행당해 백 농민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이를 빌미로 부검영장을 신청했고, 유족 등이 거부하자 영장 집행을 이유로 장례식장에 59개 부대 5300여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사건 발생 직후 빨간우의의 가격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빨간 우의’는 이후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가 적용돼 2016년 3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의 부검영장 신청 자체가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지난해 10월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서야 뒤늦게 관련자 징계를 위한 감찰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사건 관계자들은 별다른 인사조치를 받지 않았고, 일부는 승진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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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공권력 행사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진상조사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선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한 심사결과에 대한 공식적 의견을 발표할 것을 주문했다. 피해자 가족과 협의해 사과하는 한편, 이 건과 관련해 국가가 집회 주최자 및 참여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할 것도 권고했다.
무엇보다 집회·시위 ‘관리’가 아닌 ‘보장’을 위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집회시위 보장을 위한 업무지침’을 수립하고, 이를 교육·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살수차·방수포 사용 금지 및 법령상 근거규정 마련 ▲집회·시위 관련 물리력으로 인해 국민 생명·신체에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 경우 객관적·독립적 방법으로 진상조사 실시 ▲현장 대응 시 무전내용·보고사항·위해성 장비 운용기록 등 일정기관 보관 등도 권고안에 담겼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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