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법 집행 독점 깨져…향후 관련 수사 활발해질듯
리니언시 운영 방식 변화로
신고 활성화 의견 엇갈려
기업 경영활동 위축 우려도
◇과징금 최고 한도 2배 상향…법 위반 억지 효과 기대=21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행법상 과징금은 부당행위 관련 매출액의 10%를 넘을 수 없다. 이는 미국, 유럽연합(EU)보다 낮은 기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담합 사건 부당이득 대비 과징금 비율은 미국이 57%, EU는 26%였지만 한국은 9%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5개 회사가 3000억원짜리 공사를 두고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5개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모두 합쳐 230억여원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짬짜미로 취한 이득보다 과징금 부과 수준이 낮아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기에는 과징금이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사실 저희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고 하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모든 위반 유형의 과징금 기준을) 2배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과징금 상향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속고발권 폐지…검찰도 중대 담합 수사 가능=공정위와 검찰이 가격ㆍ공급 제한ㆍ시장 분할ㆍ입찰 담합과 같은 중대 담합(경성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하면서 공정위의 법 집행 권한은 상당 부분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가 가능한 제도, 즉 공정위가 먼저 사건을 조사해 살펴본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만든 제도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공정위가 전권을 쥐고 시행 중이지만 대기업 봐주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정위의 법 집행 독점이 깨지면서 향후 중대 담합 조사 수사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중대 담합 수사에 관여할 수 있게 되면서 담합 예방 효과로 담합 발생 건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답함으로 피해받는 기업ㆍ소비자 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리니언시 정보 공유…기업 활동 위축되나=담합 적발의 핵심 단서인 리니언시 운영 방식 변화는 신고 활동 강화냐 위축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리니언시는 담합 참여자가 배신하고 공정위에 신고한다면 그 순위에 따라 행정ㆍ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공정위는 담합 적발의 상당 부분을 리니언시에 의존하고 있다. 2016년 공정위에 적발된 담합 사건 45건 중 27건(60%)이 리니언시를 통해 적발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리니언시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합의안을 보면 행정 처분은 공정위 처분이 끝나는 시점에서 면제되지만, 형사 처분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법원 확정판결까지 가야 면제받을 수 있다.
기업 측에서는 배신을 감수하며 자진신고를 했는데 검찰, 공정위 판단이 서로 달라 처벌 면제 여부가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리니언시 정보 공유에 따라 자진신고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하기 전 자진신고를 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서다. 다만 재계에서는 고발이 남용되고 조사를 수시로 받게 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위원장은 "정부도 그러한 우려를 감안해 그(중대 담합) 외 기업 활동에 대해서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제가 규정된 총 6개 법률 가운데 가맹ㆍ유통ㆍ대리점 등 유통 3법과 표시광고법은 의원 입법을 통해 전면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하도급법은 기술유용행위에 한해 부분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역시 법무부와 합의한 대로 중대 담합 부분에 한해 일부 폐지하기로 했다.
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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