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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됐다"…울음 섞인 형제·자매 이산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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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유달리 가족 생각 많이 나"
제21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호텔에서 65년 만에 만난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호텔에서 65년 만에 만난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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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네가 영숙이니? 너는 광숙이고."

20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잃어버린 여동생 둘을 만난 문현숙(91)씨는 담담하게 물었지만 이어지는 질문에는 이내 울음이 섞였다. "왜 이렇게 늙었냐. 어렸을 때 모습이 많이 사라졌네. 눈이 많이 컸잖아 네가."
평안북도 벽동군이 고향인 문씨는 1947년 20살 때 남측으로 이주했지만 그 뒤 전쟁이나고 분단이 되면서 고향 땅을 밟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즐거울 때, 슬플 때 그리고 명절 때 유달리 고향, 가족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문씨는 동생 영숙(79)씨와 광숙(65)씨에게 "이쁜 옷을 볼 때도 저 옷을 입혀놓으면 얼마나 이쁠까 싶었다"면서 "광숙이 넌 엄마 없이 어떻게 시집갔어? 엄마가 몇살 때 돌아가셨니, 시집은 보내고 가셨니?"라고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이산가족 상봉장에는 조카를 비롯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3촌 이상 가족들을 만나는 이들이 상당수였지만 문씨처럼 형제·자매와 재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박기동(82)씨의 북측 여동생 선분(73·여)씨와 남동생 삼동(68)씨는 옛날 사진 수십 개를 봉투에 담아왔다. 기동씨는 가족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옛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박씨는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두 동생의 사진을 연신 찍었다. 선분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만 닦았다.

김순옥(81·여)씨는 남측 오빠 병오(88)씨를 만나 "나 평양의과대학 졸업한 여의사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오빠를 안심시키려는 듯 "평양에서 정말 존경받고 살고 있어. 가스도 매달주고 전쟁 노병이라 정말 존경받는다"며 말했다. 듣고 있던 병오씨는 "만나면 어떨까 걱정했는데 정말 잘됐다"고 안도했다. 그러자 순옥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통일 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라고 울먹였다.

김달인(92)씨는 북측 여동생 유덕(85·여)씨를 보며 "노인이 됐다"며 농담을 건넸고 유덕씨는 "오빠 만나려 이렇게 오래 살았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북측 여동생 민덕여(73·여)씨를 만난 민병헌(82)씨는 "애기 때 보고 지금보니 얼굴을 몰라보겠다"고 말했고 덕여씨도 "나도 오빠를 몰라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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