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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가득 들고…상봉 하루 앞둔 이산가족들 속초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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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가방 같은 트렁크에 생필품·영양제·의류·초코파이 등 준비
한적, 24명 의료진 꾸려 건강 체크…北가족에 전달할 사진 촬영 서비스도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단이 방북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단이 방북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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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북측 가족과의 상봉을 하루 앞둔 이산가족들은 19일 저마다 설레는 표정으로 강원도 속초 숙소에 집결했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속초 한화리조트에 속속 도착했다. 이민가방 같은 대형 트렁크와 선물보따리를 가득 챙긴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가방 안에 초코파이를 가득 채운 가족도, 생필품 세트 등을 다량 준비한 가족도 있었다. 이들은 "오랜만에 생각지 못하게 만나게 됐는데 뭔들 안 주고 싶겠느냐"면서 웃었다.
이번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사망하거나 고령인 탓에 보고 싶었던 부모, 형제 대신 배다른 형제, 조카 등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조카와 매부를 만나는 김동선(92)씨는 "원래 여동생 찾으려 했는데 정작 걔는 아파서 운신을 못한다 해 생전 보지도 못한 조카랑 매부를 보게 됐다"면서 "우리 부모 형제들 언제 돌아가시고, 어디에 묻히고, 제사는 잘 지내드리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며느리와 손녀를 만난다는 백민준(92)씨도 "원래는 아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아들이 나보다 먼저 갔다고 한다. 그래도 그 소식이라도 들은 게 어디인가 싶다"며 "내가 건강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카 만나는 이병주(90)씨는 "7남매 중 북녘에 있는 형제들은 다 죽어서 형님의 아들하고 딸 만나러 간다"면서 "조카가 우리 형님 얼굴 닮았을텐데 나랑도 비슷하게 생겼을 것"이라며 설레는 마음 드러냈다. 이씨는 특히 형 관주(93)씨와 함께 상봉에 나서며 파란색 중절모를 같이 쓰고 왔다. 이들은 옷과 시계 등의 선물 보따리를 7개나 준비했다며 손리어카도 하나 가져왔다고 동행한 가족이 전했다.
한화리조트에서는 국내외 언론의 취재 경쟁으로 북새통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산가족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수십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산가족들은 삼삼오오 서로의 사연을 두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산가족 중에는 고령으로 귀가 어두운 이들이 많아 본의 아니게 고성이 오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단이 방북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단이 방북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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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한적)는 이번 1차 상봉 행사를 위해 서울적십자병원 의사 6명과 서울, 상주, 통영, 영주, 대전 등의 적십자병원·혈액원에서 선발한 간호사 6명을 포함해 24명의 의료진을 꾸렸다. 의료진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숙소 로비에 상담 테이블을 설치하고 진료 희망자를 대상으로 혈압과 혈당 등을 쟀다. 저녁에는 이산가족 객실을 돌아다니며 이산가족 전원의 건강을 체크할 예정이다.

전정희 대한적십자사 경영지원팀장은 "너무 오랜 세월 갈라져서 지낸 가족과 만나는 데다 낯선 환경에 갑자기 놓이게 되기 때문에 어르신 분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놀라실까봐 걱정"이라며 "만약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금강산에서 속초까지 헬기로 수송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숙소 로비에는 상봉자들을 대상으로 사진촬영 및 액자 제공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는 북측 가족에게 전달할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로 KT와 통일부가 협의해 제공하기로 했다. 사진을 촬영하면 약 10분 뒤 A4용지 크기의 나무 액자에 끼워 종이 상자에 포장해준다. 촬영에 앞서 긴장된 표정이었던 독고란(91)씨는 "북측 가족들에게 줄 건데 웃어주세요"라는 안내를 받자 활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로비 한쪽에는 환전소가 마련됐다. 1인 최대 환전 규모는 2000달러지만 주로 100∼200달러의 환전이 이뤄졌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편의점에는 상봉행사 때 쓰기 위해 카메라 필름과 일회용 카메라 등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 이가 없는 고령의 상봉자들을 위해 동행한 가족이 빵을 사 가기도 했고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를 사기도 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상봉단 방북 교육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상봉단 방북 교육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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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날 1시간 정도 방북교육을 받은 뒤 저녁식사 후 조명균 통일부 장관,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과 환담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8시40분 북측 가족을 만나러 가는 버스에 오른다. 첫날에는 단체상봉과 환영만찬, 둘째날에는 개별상봉·객실중식과 단체상봉, 마지막날에는 작봉상봉 및 공동중식이 예정돼 있다. 객실중식 시간인 1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2시간으로 상봉시간은 총 11시간이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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