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만에 가격 50% 급등시켜도 처벌 불가
합법·불법 가릴 기준조차 없는 상황…가상통화 법적 정의 없기 때문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해외 가상통화 거래소에 자신들의 코인을 상장한 한 블록체인 업체의 대표 A씨는 최근 광고대행 관련 제안을 하겠다며 찾아온 이들과 업무 관련 만남을 가졌다. 재미교포 출신의 광고홍보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 일행 중에는 국내 인터넷 방송의 유명 BJ도 있었다. 처음에는 궁금하고 호기심이 동했지만 이내 곧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졌다. 이들은 소위 '작전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가상통화 시세를 '펌핑'해준다면서 '억 단위'의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했다"며 "현금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통화와 함께 우리가 발행한 가상통화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권리까지 달라고 하길래 거절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7월 간의 거래 자료와 온라인 채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인 '작전세력'들은 올 상반기 가상통화 121종에 대해 총 175차례 가격 조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시세 조작으로 챙긴 금액만 8억2500만달러(약 9300억원)에 이른다. WSJ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시세조작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 시장의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가능성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시세조작 세력은 '빅펌프 시그널'이다. 이들의 텔래그램 팔로워는 7만4000명에 이른다.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다. WSJ는 이들이 지난해 12월 채팅방을 개설한 후 26차례 걸쳐 시세를 조작하며 2억2200만달러를 챙겼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세 조작은 눈깜짝할 새에 이뤄진다. 지난 7월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클락코인' 시세를 조작할 당시 2분 만에 6700차례에 걸쳐 170만달러 상당의 거래를 집중시켜 코인 가격을 50%가량 급등시켰다.
일반 사기로 간주해 형사 처벌을 하기도 쉽지 않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뿐더러 피해 규모 역시 측정하기 쉽지 않다. 범행 수단인 가상통화의 법적 정의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눈 뜨고 코 베이고 있는 데도 정부는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임시라도 특별법을 만들어 이 같은 행위들을 걷어내야 투명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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