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면허 취소 처분하지 않기로"…文정부 일자리 대책 부담, 경제적 후폭풍 고려한 전략적 선택
김 차관은 "면허 취소로 달성 가능한 사회적 이익보다 면허취소로 인한 근로자 고용불안정, 예약객 불편, 소액주주, 관련 업계 피해 등 사회경제적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청문회가 이어지고 있는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에어직원연합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진에어 면허취소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국토교통부가 진에어 면허 취소 처분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대규모 실직 사태를 피하기 위한 포석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국토부가 면허 취소를 결정하더라도 진에어 측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사태는 더욱 복잡한 상황으로 꼬일 수 있다는 현실론도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면허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한발 물러서는 선택으로 '절충점'을 찾은 이유다.
면허취소는 진에어 입장에서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와 협력 업체들의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국토부 선택에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문제의 발단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 논란이 지난 4월 불거졌을 때 항공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항공사업법은 외국인 임원을 면허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항공사업법 제9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국내항공운송사업 또는 국제항공운송사업의 면허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제28조는 제9조 위반 시 면허 또는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국적인 조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 시 화물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게 알려지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국토부는 최근 10년 간 모든 항공사에 대한 외국인 등기임원 문제를 조사했다. 진에어, 에어인천, 아시아나항공 등에 외국인 등기임원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미국 국적의 임원이 등기임원에서 제외되면서 면허결격 사유가 해소됐다. 2014년에는 결격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변경면허가 발급됐다는 점에서 면허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법률 자문 결과가 나왔다.
반면 에어인천은 2012년 면허 발급 당시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등기임원이 있었던 게 확인됐다. 2014년 임원이 해임돼 면허 결격사유는 해소됐으나 변경면허 등 새로운 행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진에어는 2008년 면허 당시에는 외국인 등기임원이 없었으나, 2010~2016년 사이 미국인인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상황에서 3차례 변경면허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의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청문회가 이어지고 있는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에어직원연합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진에어 면허취소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2016년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에서 제외돼 면허 결격사유는 해소됐지만 변경면허 등 별도 행정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국토부는 진에어와 에어인천을 상대로 청문과 자문회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면허취소 여부를 검토하게 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하게 됐지만 상처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외국인 임원 문제 때문에 이미지 훼손은 물론 사업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국토부도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가 불거지면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앞서 국토부는 진에어의 대표이사 변경과 사업범위 변경 심사 과정에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내부 감사로 이어졌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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