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엘리베이터 없이는 출퇴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엘리베이터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이동수단입니다.
다른 걱정도 있지요. 혹시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추락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 되겠지만 엘리베이터 타면서 이런 생각 한 번도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상상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엘리베이터가 지면에 닿는 순간 점프를 하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나쁜 결론입니다. 지면에 닿는 순간을 알고 점프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충격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초능력으로 떨어지는 엘리베이터를 멈춰 세우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크기의 엘리베이터가 20층 높이에서 자유낙하할 경우 바닥에 부딪치기 직전 속도는 시속 150㎞ 정도라고 합니다. 충격 직전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사람이 점프해도 그 속도는 시속 5㎞ 정도여서 산술적으로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시속 145㎞로 바닥에 떨어지는 셈입니다. 아파트 12층 높이에서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 속도는 시속 88㎞, 2.5초 만에 바닥과 충돌합니다.
이런 속도로 떨어지는 순간에 타이밍을 케치해서 점프한다는 것은 세계 제 1의 스턴트맨이 와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 속도로 바닥과 부딪히면 생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디스커버리채널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비즈니스 인사이더, 영국의 더 선 등 각종 매체가 보도한 결과를 요약해보면, 가장 현명한 방법은 엘리베이터 바닥에 등을 대고 큰 대(大)자로 눕거나 납작 엎드리는 것입니다. 또 양팔을 손잡이가 걸치고 두 다리로 바닥을 받치고 기마자세로 버티는 것도 생존 확률을 높여준다고 합니다. 바닥에 큰 대자로 누으면 인체에 가해지는 충격이 분산돼 그나마 한 부위가 심각하게 부상하는 참사는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가방 같은 것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면 바닥과 충돌할 때 충격 완화를 위해 눕거나 엎드릴 때 머리 뒤쪽에 받혀주면 조금이라도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가방이 자동차 사고 때 탑승자 보호를 위해 쉽게 접히도록 설계된 '크럼플 존'과 같은 역할을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사고는 상상 속의 사고일뿐 입니다. 미국에서 매년 엘리베이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는 27명 정도인데 대부분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나오다 추락하는 등의 사고였지 엘리베이터가 직접 추락한 사고는 단 1건도 없었습니다. 확률로 계산해보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 사망할 확률은 0.00000015%이고, 6억5000만번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 번 정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 고의로 사고를 저지르지 않는 한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사고라는 점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와이어 하나로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대략 5~8개 정도의 와이어가 엘리베이터를 끌어 당기고 있는데 4~7개 정도가 끊어져도 1개로 작동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또 만약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더라도 브레이크 장치가 작동돼 추락하지 않습니다. 일부 엘리베이터의 경우 바닥에 커다란 용수철이 설치돼 충격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감지센서가 먼저 상황을 파악해 상황실에 알리고, 스스로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사고가 날 확률은 거의 '제로(0)'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래도 사고가 나는 것은 안전 불감증 때문입니다. 설치할 때 안전기준에 미달하거나 부실 시공으로 인한 사고지요. 또, 엘리베이터가 멈췄을 때 구조를 기다리지 않고 무리하게 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하는 사고가 대부분이란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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