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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스토리 엉성하다고? 노래만 좋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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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파커 감독의 영화 '맘마미아!2'

영화 '맘마미아!2' 스틸 컷

영화 '맘마미아!2'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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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등장 10년 만에 속편…여성의 독립성·우정 흥겹게 터치
도나 젊은 시절 1970년대 추억 흠뻑…장면마다 '아바' 히트곡 잘 녹아들어

"눈 비비며 아침 식탁에 마주 앉아 그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지. 그 애가 간 뒤 괜스레 우울해졌고 죄책감마저 느꼈어. 우리가 계획했던 여행과 그 멋진 계획은 다 어디 갔나. (중략) 잡아보려 해도 언제나 내 곁에서 멀어져 갔어. 노력할수록 내 손에서 빠져나갔어. 나는 정말 그 애를 잘 알고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자꾸 볼수록 내 곁에서 멀어져갔어."
필리다 로이드(61) 감독의 영화 '맘마미아!'에서 도나(메릴 스트립)는 결혼식을 앞둔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머리를 빗겨주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요(Slipping Through My Fingers)'를 부른다.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장면으로, 모녀의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진다. '맘마미아!2'는 이 화해를 보다 세밀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호텔 재개장을 준비하며 홀로서기에 나서는 소피. 하는 일마다 꼬여서 되는 게 없지만, 엄마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올 파커(49) 감독은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젊은 시절의 도나(릴리 제임스)와 소피의 상황을 교차로 나열한다. 닮은 듯 다른 엄마의 과거와 딸의 현재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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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선생님에게 키스했을 때
"내가 선생님에게 키스했을 때 다들 입을 못 다물었지. 내가 선생님에게 키스했을 때 교실은 난리가 났네. 난 숨을 죽였고 세상은 멈춰버렸지. 그때 선생님이 미소를 지었어. 꼭 천국에 있는 기분이었지. 선생님에게 키스했을 때. (중략) 그날 내가 미쳤었나 봐. 이젠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어. 그날 내가 미쳤었나 봐. 공중에 붕 뜬 기분이었지. 정말 멋진 수업이었어."

맘마미아!2는 '내가 선생님에게 키스했을 때(When I Kissed The Teacher)'로 출발한다. 도나의 젊은 시절 성격을 단번에 보여주는 곡이다. 그녀는 졸업식 강단에 올라 학사모를 던져버린다. 로지(알렉사 데이비스), 타냐(제시카 키나 윈)와 함께 흥겹게 노래하며 춤을 춘다. 의자에 앉은 선생님들이 당황하자, 그들의 무릎에 걸터앉아 뺨에 키스한다.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광하고, 이들을 따라 강가로 향한다. 도나 일행은 뜨거운 응원 속에 강에 뛰어든다. 해방의 자유를 만끽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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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에서 도나가 동네 아낙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댄싱 퀸(Dancing Queen)' 신의 오마주다. 그녀가 다이빙선수처럼 잔뜩 웅크린 채 물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나온다. 여성의 독립성과 우정을 대변하는 영화의 성격을 함축해 보여준다. 도나는 사회적 불평등, 베트남전쟁 등에 맞선 정치적 운동과 주류사회의 관습, 부르주아적 양식에 반감을 표하며 새로운 삶의 태도를 추구한 히피의 문화적 경향을 두루 엿볼 수 있는 여성이다. 소피는 엄마와 달리 결혼에 자신을 엮는 데 일말의 저항심이 없다.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풍족한 사춘기를 보냈다. 사회에 관심을 가졌던 어머니는 결혼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미혼모로 씩씩하게 딸을 키워냈으나, 딸은 오히려 사회가 정해놓은 대로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영화 '와일드 클럽(2002년)'과 흡사한 흐름이다. 젊은 시절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수제트(골디 혼)는 함께 로큰롤 리듬에 몸을 맡겼던 비니(수잔 서랜든)를 찾아 나선다. 단짝은 이름까지 바꾸고 성공한 변호사의 아내이자 현모양처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수제트의 천진난만함에 애써 감춰온 끼를 발산하며 화려하게 변신한다. 이들이 청춘을 회상하며 기쁨에 젖는 모습은 스스로를 자유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로 생각하다가 세상과 타협해온 미국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맘마미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는 1980년대의 치열한 삶을 접고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386세대에게 청량제가 될 수 있다.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상징되는 1970년대 문화운동의 매력에 흠뻑 취했던 이라면 누구나 말이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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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싱 퀸

"그대는 댄싱 퀸. 어리고 사랑스러운 겨우 열일곱 살 댄싱 퀸. 신나는 탬버린의 비트에 취해 봐요. 춤을 춰요. 신나게 흔들어요. 지금은 당신 생애 최고의 순간. 저 아가씨를 봐요. 저 멋진 모습을. 그녀는 댄싱 퀸."

맘마미아!2에 댄싱 퀸은 없다. 도나는 세상을 떠났고, 소피는 혼란에 빠져 있다. 전편에서 엄마를 이해하며 변화를 모색했으나, 홀로서기를 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파커 감독은 도나의 독립적인 성격에 흠집을 내면서까지 이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그녀가 세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고민하는 모습 등을 가볍게 묘사하는가 하면, 자기 주체성이 박약한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한다. 이 때문에 모녀의 동질감은 한층 강화되는 반면 배역 각각의 개성은 반감된다.

파커 감독은 빈약한 전개의 약점을 아바의 주옥같은 노래로 감쪽같이 메운다. 대중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조차 낯설지 않은 스웨덴 출신의 혼성그룹은 1970~8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히트곡들은 뮤지컬과 영화로 재조명되면서 다시금 절정의 인기를 누린다. 도화선은 1992년에 히트곡을 모아 발매한 앨범 '아바 골드 그레이티스트 히트.' 삽시간에 전 세계 팝 차트를 석권하더니, 지금까지 아바가 발표한 어떤 앨범보다 높은 판매수익을 올렸다. 이들의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그 무렵 시작됐다. 히트곡에 적절한 스토리를 가미해 가족용 뮤지컬로 꾸며보자는 아이디어였다. 대본을 맡은 캐서린 존슨은 아바의 히트곡이 대부분 인간ㆍ가족관계ㆍ사랑 등을 이야기한다는 점에 착안, 기상천외한 해프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음악 대부분을 개사 없이 원형 그대로 활용했고, 다채로운 춤을 곁들이게 해 보는 재미를 높였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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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려진 곡들은 스크린에서도 큰 장점으로 나타난다. 적어도 노래가 귀에 익지 않아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맘마미아!2에는 무려 열여덟 곡이 들어갔다. '맘마미아(Mamma Mia)'를 비롯해 '수퍼 트루퍼(Super Trouper)', '워털루(Waterloo)',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페르난도(Fernando)' 등이다. 모두 아바를 빛낸 곡들로, 세대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물론 1970~80년대의 향수를 간직한 관객이라면 더없이 깊은 교감에 빠질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년)'의 현수(권상우)와 은주(한가인)처럼.

"어떤 가수 좋아해요?"
"아바 중에서 그 누구죠? 금발."
"아그네사요?"
"아, 맞다. 아그네사 좋아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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