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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바빠진 '기상청 예보관'…"무뎌지지 않으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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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상청에서 아시아경제와 김성묵 총괄예보관 인터뷰 진행
수치예보모델(UM)은 2016년과 똑같은 값 보여주지만 예보관들이 다른 해석 내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답안지를 제출해야 하는 기분…정답은 다음 날 확인

13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성묵 총괄예보관이 폭염예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제공)

13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성묵 총괄예보관이 폭염예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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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폭염에 무뎌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이가 된 김성묵(39·사진) 기상청 총괄예보관의 말이다.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만난 그는 다음 날 기상정보를 막 마무리한 참이었다.

기상청에서는 하루에 두 번 예보와 관련된 회의가 열린다. 오전 7시50분 야근조가 퇴근하고, 일근조가 출근할 때 첫 번째 회의가 진행된다. 밤새 무슨 일은 없었는지, 변동사항이 있었는지 등을 살피며 인수인계하는 자리다.
오후 2시에는 가장 중요한 회의가 시작된다. 여기서 결정되는 것들을 토대로 오후 5시 단기예보, 오후 6시 중기예보가 나간다. 13일 오후 2시 예보회의에서는 예보분석팀과 일명 '예벤저스'라고 하는 '예보생산체계 전문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이 폭염의 연장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총괄예보관은 "이렇게 될 수도,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진행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총괄예보관은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절충안을 내놓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 일 최고기온 극값 경신',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 역대 1위' 등의 문구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그만큼 장기화 된 폭염에 지쳐가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김 총괄예보관은 "온열질환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끝물에 방심하면 안 된다"며 "기상정보를 작성할 때 폭염 대비 문구는 신경 써서 일부러 넣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정보에는 몇 주째 '보건, 가축, 식중독, 농업, 산업, 수산업(육상 양식장) 등에 피해가 우려된다', '열사병과 탈진 등 온열질환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 등의 내용이 들어가고 있다.

▲김성묵 기상청 총괄예보관 (사진=기상청 제공)

▲김성묵 기상청 총괄예보관 (사진=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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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관들도 폭염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김 총괄예보관은 "우리가 지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펜대 하나에 한두 명이 아니라 수천 명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며 "거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새로운 것, 과거와의 차이점 등을 찾아내려고 자세히 뜯어보고 있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영국에서 들여온 수치예보모델(UM)은 2016년 폭염 때와 마찬가지로 폭염이 꺾인다는 값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예보모델의 한계다. 그러나 김 총괄예보관을 비롯한 기상청 예보관들은 2016년 때와 같은 값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 중이다.

다만 심적 부담감은 적지 않다. 매일 오후 4시20분이면 무조건 기상정보를 내보내야 해서다. 이에 예보관들은 매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시험을 보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매일 바뀌는 문제를 접하고, 일정 시간이 되면 답안지를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 '하늘'이라는 출제자가 다음 날에야 정답을 알려주기 때문에 답을 맞혔는지 아닌지 확인할 때까지는 긴장의 연속이다.

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질타도 성장의 동력이 될 때가 있다. 김 총괄예보관은 "2016년 당시 폭염이 꺾인다고 예보했던 날보다 폭염이 더 오래 지속되는 바람에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많이 받았다"며 "그러나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올해는 폭염 예보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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