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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다 겪었는데"…한국당 비대위 '공천개혁' 난제

최종수정 2018.08.11 09:40 기사입력 2018.08.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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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보스가 공천하는 것을 좀 막되 기득권이 유지되지 않은 방향으로, 묘안을 짜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8월 7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방선거 이후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해야 하는 한국당 비대위의 혁신작업 마지막 퍼즐은 결국 '공천제도' 개혁이다. 차기 총선이 2년 가까이 남아 공천권을 통한 직접적인 인적청산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김 비대위원장 역시 취임 이후 "공천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나에게 줘도 행사를 안 하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올해 말까지로 예상되는 비대위 활동기간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인적쇄신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단기적으로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것, 또 하나는 공천제도를 새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당 비대위는 최근 4개 소위 중 공천제도 개혁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시스템·정치개혁 소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공천제도 개혁은 비대위가 풀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다. 과거 당 내에서 공천제도를 개혁하겠다며 다양한 공천방식을 도입했고, 그때마다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공천제도 개혁에 '묘안', '도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공천제도 개혁이라고 할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상향식 공천'이다. 정당의 평당원이나 국민들이 선발한 후보가 공천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위에서 내려보내는 하향식 공천과 대비돼 사용되는 용어로,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2016년 20대 총선 후보자 공천룰로 이를 시도했다. 당시 당 대표를 맡은 김무성 의원은 "혁명적인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 지도부의 공천권한이 축소되고 국민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돼 민주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곧바로 나타났다. 이미 당에서 혹은 국회나 지자체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즉 기득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라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부작용이 나타난 대표적인 지역이 부산이다. 상향식 공천룰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 19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들이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그대로 출마하게 되는 기현상을 낳았다. 낙선한 사람들마저 당에서는 이미 기득권이 돼 모두 다시 선발된 것이다. 결과적으론 과거 보다 5석을 더 잃었다. 민심을 더 듣겠다고 만든 공천룰이었으나 오히려 민심을 잃은 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전략공천 확대하되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전략공천은 특정지역에 특정후보를 공천하는 것으로, 당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햐향식 공천'의 또다른 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대선 패배후 구성된 당 1기 혁신위원회에선 상향식 공천을 배제하고 대신 전략공천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안을 내놨고 이를 지방선거에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전략공천은 유능한 정치신인이 전략적으로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당 지도부의 권한이 세진다는 우려, 특히 당 지도부 측근들을 공천하는 '사천(私薦)'의 위험성이 컸다. 그래서 나온 견제장치가 전략공천을 재평가하는 국민공천배심원단의 활성화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당 대표 혹은 시도당협위원장의 입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견제장치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전략공천 지역이 당 지도부 특히, 홍준표 전 대표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결정됐고 경남 창원시장 후보는 홍 전 대표의 최측근이 공천돼 '사천' 논란을 낳았다. 전략공천을 하면서 국민공천배심원단 절차를 거쳤지만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했다.

그 결과 시장·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공천에 홍 전 대표의 의중이 다수 반영됐다는 당 내부 반발로 내홍은 더 깊어지면서 결국 지방선거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야했다. 전략공천이 잘못 활용되면 결국 당 대표 사천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셈이다.

결국 한국당 비대위는 과거 이미 겪었던 공천제도의 각종 부작용을 감안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와중에 비대위 이후 선출되는 차기 당대표가 이를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당 안팎에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공천제도를 전면적으로 손 보기 보단 공천기준을 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원은 "의원 다수의 공감 하에 국민이 큰 변화라고 받아들일 만큼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그러면 차기 당 대표도 이를 바꾸는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역시 "공천은 시스템에 의해서 좋은 사람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이렇게 바꾼 인적쇄신 시스템을 다른 지도부가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가 잘해야하는 부분"이라며 "결국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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