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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준 불명확한 국민연금 경영참여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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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낸 연금보험료를 기반으로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금액은 624조원에 이른다.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하며, 국민연금이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은 사기업 경영 참여를 하지 않지만,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이 도입한 후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 10여개 국가가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의도한 대로 기능해 '주주 권익의 파수꾼' 역할을 한다면 기업 가치 제고를 가져와 국민연금 가입자의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며, 더 많은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동참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국민연금의 사기업 경영 참여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제한적 경영 참여'는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칙적으로 경영 참여를 배제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에, 기업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돼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다면 위원회 의결을 거쳐 제한적으로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각한 주주 가치의 훼손을 어떻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할지,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여론을 의미하는지 설명되지 않아 그때그때 의결권자의 즉흥적인 주관적 판단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 또 경영 참여를 결정하는 것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뤄지는데, 이 위원회의 위원 20인은 복지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위촉위원 14명으로 구성된다. 위촉위원은 사용자 대표 3인, 근로자 대표 3인, 시민단체가 추천한 지역가입자 대표 6인, 관계 전문가 2인이다. 정부 위원이 6인이나 되고 근로자 대표와 지역가입자 대표가 9인이니, 기업을 잘 아는 위원은 많지 않고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정부 인사를 배제한 14인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신설하고 주요 사안 의결 행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기금 운용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이 가입자 대표와 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최종 위촉하는 형태로 사실상 정부에 의해 임명된다. 사업자 측 위원이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또다시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한 최저임금위원회처럼, 국민연금 또한 한쪽에 치우친 위원 구성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한 것은 오너 중심 경영의 부정적인 면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독립성만 보장된다면 연금 가입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탁자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국민연금의 의결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및 구성원 임명 체계로는 또 다른 관치금융의 시작이라는 의혹을 벗기 어렵다. 따라서 기금운용은 물론 국민연금 자체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복지부 장관의 기금운용위원장 겸임 등 정부 인사가 포진해 있는 현 구조를 각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독립성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
개별 기업의 사정은 그 기업이 제일 잘 안다. 잘하고 있는 우량 기업의 경영에 아마추어가 섣불리 개입해 경영에 혼선을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극소수의 불량한 기업과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기업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로 적용돼야 하며 남용돼서는 곤란하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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