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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데이터 주권, 흔들리는 데이터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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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주권이 흔들린다]
차세대 경제 패권 가를 4차산업의 석유
데이터가 경쟁력인데 美기업이 독점화
EU·중국·러시아 등 데이터 주권 확보 전쟁

흔들리는 데이터 주권, 흔들리는 데이터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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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미국의 소비자 권리장전, 중국 네트워크안전법,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이 표면에 있지만, 진짜 타깃은 경쟁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기업 보이콧과 중국의 보복 작전 역시 마찬가지다. 파편처럼 흩뿌려진 일련의 사건, 그 중심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바로 '데이터 주권'이다.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IT 선진국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다. 미ㆍ중 무역전쟁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글로벌 IT 기업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석유'로 불린다.

전 세계 네티즌의 정치적 성향과 경제활동 동향을 포함한 모든 신상정보가 특정 미국 기업 몇 곳으로 집중되는 추세가 강화되자, 이에 각국이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경제 패권이 미국에 남느냐 아니냐 하는 갈림길에 우리는 서있는 것이며, 이를 결정 짓는 요소가 바로 '빅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이다.
데이터는 돈이다. 사용자 위치·이동정보·기반시설 정보 등이 많고 정교할수록 더 혁신적인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진다. 개인 디바이스를 통해 신체 변화 정보를 축적하면,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맞춤형 상품을 팔 수 있다. 스마트 밥솥을 통해 확보된 정보는 세계 식량시장의 핵심 비즈니스 도구가 된다.

데이터는 권력도 된다. 지난 미국 대선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 스캔들은 페이스북 내 사소한 '심리테스트' 게임에서 출발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 개인정보가 특정 국가의 정치권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로 들어왔음을 보여줬다. 자국민 개인정보 보호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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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 신무기는 '데이터'…세계 각국 데이터 패권 전쟁 치열
"최근 가열되고 있는 강대국 간 무역 갈등의 본질은 글로벌 데이터 패권을 잡기 위한 사활을 건 투쟁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2일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의 원천은 데이터 자원"이라며 이같이 정의했다. 국가 간 무역 분쟁의 무기는 '관세'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신무기는 '데이터'다. 자국의 데이터는 가두고 경쟁국의 데이터를 더 확보하는 게 승패를 좌우한다. 일단 대세가 기울어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면 후발주자가 전세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바로 빅데이터의 힘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독점적 데이터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로 '데이터 주권주의'에 입각한 전쟁이다.

미국으로부터 세계 경제 패권을 빼앗아오거나 최소한 그 힘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사명감을 중국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한 21세기 만리장성이 바로 네트워크안전법이다.

이 법은 2019년부터 자국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모든 IT기업은 데이터를 반드시 중국 내에 보관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요구하면 데이터 암호 해독 정보도 언제든 제공해야 한다. 밖에서 못 넘어오게 막는 장벽이 아닌, 안에서 밖으로 못 나가게 막는 장벽인 셈이다.

이에 콧대 높던 애플도 몸을 낮췄다. 네트워크안전법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의 중국 내 데이터를 중국 국영기업을 통해 관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그동안 개인정보보호법이 없는 나라였지만 이제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사이버 무역 장벽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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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맞선 유럽연합(EU)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EU는 지난 5월 유럽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했다. 이 규정을 위반하는 IT기업에는 전체 매출액의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수백조 원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입장에선 유례 없는 초강력 규제다. 미국 IT기업들이 EU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러시아 역시 강력한 데이터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의 개인정보는 현지에 설치된 DB로 관리해야 하며 데이터센터 소재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유럽 싱크탱크 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에 따르면 자국에서 생산된 데이터의 역외 유출을 제한하는 '데이터 현지화' 조치는 2016년까지 10년간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 31개에서 84개로 대폭 늘었다.

세계 IT시장을 장악해온 미국 역시 데이터 주권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온라인 이용자의 정보 보호 수준을 강화하는 '소비자 프라이버시 권리장전'을 2012년 발표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에서 탈퇴했다. 다자 간 무역협정인 TPP는 참여국 간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

지난 5월 활동을 종료한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는 "미국의 권리장전, 유럽의 GDPR, 영국의 마이데이터 등을 참고할 때 개인정보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최종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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