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문제원 기자]20대 중반 순경으로 임관한 A씨(여)는 2011년 12월 서울의 한 파출소에 배치됐다. 다음 해인 2012년 2월 50대 박모 경위가 사수로 왔다. 1990년 임관한 박 경위는 A씨에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무서운 선배였다.
A씨는 그를 따르며 복종했다. 2012년 11월 박 경위는 팀 회식에서 만취한 A씨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집까지 데려다 줬다. 박 경위는 구토 후 의식을 잃은 A씨를 침대에 눕히고 옷을 벗겨 추행했다. 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박 경위는 A씨의 나체가 담긴 사진과 동영상으로 계속해 성관계를 요구했다. 연락이 안 될 땐 “내일부터 너나 나나 개망신이다”라며 사진과 동영상 유포를 암시했다. ‘네이버 검색어 1위 만들어 주겠다’, ‘포르노 사이트에 유포하겠다’는 말도 입에 달고 살았다. 사진과 동영상을 지워주는 대가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A씨는 진급과 전출 때 박 경위에게 도움을 청한 것과 사진ㆍ동영상이 유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등 때문에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A씨가 박 경위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데는 4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8월 박 경위의 성범죄 사실을 인지한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에 나섰고, 박 경위는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공갈 및 강제추행, 협박 혐의였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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