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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식단체험] 극적인 효과, 긴 후유증이 준 ‘상처 뿐인 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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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600㎉ 내외의 식단, 배고픔에 몸부림치며 불면의 밤 보내며 감량 성공…하지만 빠진 건 대부분 지방 아닌 ‘근육’

폭염과 함께 찾아온 노출의 계절 여름을 맞아 다이어트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효과가 확실(?)하다는 걸그룹 다이어트에 직접 도전장을 내밀었다.

폭염과 함께 찾아온 노출의 계절 여름을 맞아 다이어트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효과가 확실(?)하다는 걸그룹 다이어트에 직접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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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최종화 PD]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요즘, 짧고 얇은 옷이 패션이 아닌 생존의 필수요소가 되면서 몸매를 가꾸기 위한 사람들의 다이어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과 휴가철의 영향으로 헬스장은 연일 직장인들로 붐비며, 닭가슴살과 곤약젤리 등 저칼로리 제품의 판매량 또한 급증하는 추세. 이런 열기 속에 시간은 얼마 없고, 빠른 효과가 간절한 이들이 선택한다는 비책, 많은 다이어트 프로그램 중 선호도가 가장 높다는 이른바 ‘걸그룹 다이어트’에 직접 도전해 봤다. 불어나는 뱃살에 대한 공포와 다가오는 휴가의 압박, 그 절절한 사연 앞에 객관성 담보를 위해 두 명의 동지를 모시고 걸그룹, 여자 아이돌의 식단만으로 사흘을 견뎌보기로 했다. 참을성의 마지노선, 작심삼일의 트랙 위에 선 세 명의 경주마는 극단적 식단을 견뎌내고 걸그룹 다이어트의 효과를 직접 입증할 수 있을까?
걸그룹 아이유의 식단에 도전한 영상기자는 배고픔에 새벽녘에 잠에서 벌떡 깨는가 하면, 점심 식사 후엔 몸에 기운이 없어 잠들기 일쑤였다.

걸그룹 아이유의 식단에 도전한 영상기자는 배고픔에 새벽녘에 잠에서 벌떡 깨는가 하면, 점심 식사 후엔 몸에 기운이 없어 잠들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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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소유, 박보람의 만남

체험에 앞서 일반에 식단이 공개된 여자 아이돌을 추려 놓은 뒤 뽑기를 통해 직접 체험 식단을 결정했다. 활동기간 중엔 물도 가려 마신다는 아이유, 혹독한 식이조절을 통해 여성들의 워너비 몸매로 거듭난 소유, 그리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32kg을 감량한 박보람의 식단이 채택됐는데, 이 과정에서 도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아이유, 소유 식단이 600kcal대임에 반해 박보람 식단은 1387kcal를 자랑한 풍성한(?) 건강밥상이었기 때문. 박보람 식단 당첨으로 일단 배고픔의 공포에서 벗어난 필자는 기쁨에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이내 그 기쁨은 괴로움과 지루함, 여기에 과식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급기야 식단 체험 중 부득이하게 고기집을 가야 했던 편집기자는 식단인 김밥을 고기기름에 구워먹으며 고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초인적 인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급기야 식단 체험 중 부득이하게 고기집을 가야 했던 편집기자는 식단인 김밥을 고기기름에 구워먹으며 고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초인적 인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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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kcal와 1300kcal의 극단적 대비
공교롭게도 체험에 나선 세 사람 모두 평소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본인을 제외한 두 체험자는 운동량이 상당한 ‘헬스 덕후’ 였기에 걸그룹 식단은 이들에겐 더 가혹하며 혹독했다. 출근 후 사흘간 아침마다 함께 식사 하는데 누구는 3초 만에 끝나는가 하면 누구는 30분을 먹어야 끝났으므로 식단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밤 새 모이 같은 저녁 식사에 배고픔에 몸부림치며 새벽을 뜬눈으로 보낸 도전자와 출근과 동시에 아침 빨리 먹자고 채근하는 도전자, 그리고 먹다 먹다 지쳐 며칠간 빼먹은 헬스장에 제 발로 찾아간 도전자는 각각의 이유로 식단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절감하고 있었다.
고기 없이 채소로만 알차게 구성된 걸그룹 식단의 아침은 공복을 더 가볍고 허망하게 했다.

고기 없이 채소로만 알차게 구성된 걸그룹 식단의 아침은 공복을 더 가볍고 허망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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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식단체험, 그 결과는?

먼저 아이유 식단에 도전한 영상 기자는 장미목 과일 알레르기 탓에 아침 식단의 사과 1개를 동일 열량의 바나나 반 개로 대체해야 했는데, 식사가 3초, 길어야 1분에 끝나 허기와 허탈감에 몸부림쳤다. 그는 다이어트 이후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가까운 거리를 왕래하는 일도 자제하기 시작했고, 점심 식단인 삶은 고구마 1개를 먹고 잠을 청하기 일쑤였다. 특히 저녁마다 빠지지 않고 향했던 헬스장엔 기력이 없는 관계로 3일 중 하루만 방문했으며, 단백질 셰이크 한 잔을 아끼기 위해 있는 힘껏 참고 버티다 다 마신 뒤엔 혹여 배고픔에 도전에서 벗어날까봐 재빨리 잠을 청했다.

소유 식단에 도전한 편집 기자는 아침 식사인 삶은 고구마를 아주 얇게 베어 꼭꼭 씹으며 맛을 충분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어 점심 식단인 삶은 달걀 3개와 식빵 1조각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나눠 먹었는데, 한 번에 다 먹어버리면 허탈함을 견딜 수 없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는 식빵이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게 됐다며 식빵 예찬론을 펼치는 한편, 저녁 식단인 김밥 3개를 고기 기름에 구워 먹으며 눈앞의 고기 유혹을 물리치는 초인적 인내를 보여줘 도전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보람 식단에 도전한 필자는 평소 먹는 양보다 급격하게 늘어난 식사량에 곤혹스런 나날을 보내야 했다. 아침을 안 먹는 습관을 버리고 야채와 닭가슴살, 토마토와 삶은 고구마 1개를 먹고 나니 포만감에 몸은 무거워졌고, 곧바로 점심에 닭가슴살 샐러드와 저지방 우유를 뱃속에 밀어 넣고 나니 위가 늘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곧이어 바나나와 삶은 달걀을 간식으로 먹고, 저녁에 다시 찐고구마와 닭가슴살, 채소까지 먹으려니 입과 위장에 자연 친화적 양계장이 펼쳐지며 푸른 대자연 속 뛰어노는 닭과 병아리의 소리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마지막 저녁 간식으로 바나나와 계란, 호두 3알을 먹고 잠드는 것이 죄스러워 동네를 몇 바퀴 돌자 마주친 주민들의 수상쩍은 눈초리가 등 뒤로 내리꽂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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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긴 빠졌지만 ‘상처뿐인 영광’

체성분 측정을 위해 찾은 보건소에서 도전자들은 결과에 충격, 그 내용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아이유 식단에 도전한 영상 기자는 체험 3일 만에 2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으나 골격근 0.6kg과 근육 1.3kg을 잃었다. 결국 빠진 체중은 근육이었던 셈. 소유 다이어트의 편집기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체중은 2.1kg 감량됐으나 골격근 1.5kg과 근육 2.5kg을 잃고, 대신 체지방률이 2.4% 상승하며 신체발달지수가 4% 감소하는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비교적 풍성한 식단을 유지한 필자는 0.1kg의 체중이 감소했고 골격근과 근육은 각각 0.2kg씩 빠졌으나 체지방이 0.1kg 늘어 신체발달지수는 3% 떨어졌다. 정제된 식단을 유지하고도 모두가 근육을 잃고 지방을 얻어 신체발달이 떨어지는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지난 5일 한 방송에 출연한 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는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억제제를 먹다 우울증을 겪었다고 털어놨고, 그룹 트와이스 모모는 라이브 방송에서 컴백을 앞두고 일주일간 7kg 감량을 위해 물도 마시지 않고 침도 안 삼켰는데 이러다 죽을까봐 걱정했다고 고백해 치열하고도 혹독한 걸그룹 몸매관리 이면의 고통을 밝힌 바 있다. 날씬한 몸매에 환호하는 대중, 그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연습생들에게 가혹한 다이어트를 종용하는 소속사, 그 끝엔 성장기를 맞아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할 소녀들의 피나는 노력과 예쁘지만 속은 텅 빈 신체만 남을 뿐이다. 날씬한 몸이 아름다움의 기준이라 강요하는 미디어의 강요 앞에, 사회적 편견 앞에, 오늘도 맛없는 닭가슴살을 우걱우걱 씹고 있을 당신에게 위로와 염려의 인사를 보낸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최종화 PD fina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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