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보면 옛날 만화 '빨간머리 앤'에 나온 것 같은 예쁜 학교 건물 하나와 만날 수 있습니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이라고 쓰인 건물이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잘 정돈된 잔디밭 위에 빨간 벽돌로 세워진 배재학당 건물과 만날 수 있습니다. '아펜젤러 탄생 160주년 기념 공원이 반대편에 위치해있죠.
배재학당 건물 내부는 현재 박물관으로 1층과 2층에 전시실이 있습니다. 과거 학교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층 한켠에 교실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책상 모양이 정말 만화 '빨간머리 앤'의 원작인 '초록 지붕 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의 삽화에 나오는 책상 모습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이 소설이 출판된 것이 1908년이라 같은 시대의 건물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1916년 3월, 현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건물인 배재학당 동관 정초식 모습. 배재학당을 설립한 인물인 헨리 게르하르트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가 신사모자를 쓴 정장 복장으로 서있다.(사진=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원본보기 아이콘삼위일체가 들어간 양식이 학교 건물에 녹아든 것은 이 학교를 처음 세운 사람의 직업과 연결됩니다. 배재학당을 세운 헨리 게르하르트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감리교 선교사로 활동했던 인물이죠. 1885년 27세의 젊은 나이로 조선 땅을 밟은 이 선교사는 한국 최초의 서양식 사립학교인 배재학당을 설립합니다. 고종이 직접 이름과 현판을 하사한 학교로 구한말 우리나라의 주요 근대교육기관으로 많은 청년들을 길러낸 곳이죠.
아펜젤러는 1902년 44세의 나이에 선박사고로 숨을 거뒀는데,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조선인 여학생을 구하려다가 익사했고, 시신을 찾지 못해 현재도 양화진 외국인묘역에는 그의 기념비가 세워져있습니다. 교육과 번역, 선교활동에 힘썼을 뿐만 아니라 최후의 순간에도 의인으로 남은 것이죠. 배재학당의 교훈인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는 마태복음의 구절이 더욱 와닿습니다. 건물의 외관만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창립자의 업적 또한 아름답게 남아있는 건물인 셈이죠.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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