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의 서재를 메운
다양한 책들 비교하가며 비평
본인의 경험까지 더해
원작 해서에서도 생동감 넘쳐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한때 추리소설에 흠뻑 빠진 적이 있다. 일단 손에 집어 들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궁금해서 도무지 놓을 수 없던 이야기, 분명 소설인 줄 알면서도 묘하게 서늘한 공포감을 느끼게 한 그 책들 대부분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각색한 셜록 홈즈 이야기였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의심되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추적하고,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풀어낼 단서와 알리바이를 찾아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매료돼 나중에 나도 탐정이 되겠노라 생각한 적도 있는데, 이따금 안 풀리는 취재를 위해 좌충우돌 고민하는 모습이 탐정 역할과 꼭 빼닮은 꼴이라 어쩌면 반 탐정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일부러 추리소설을 찾아 읽을 만한 시간 여유도 없지만, 분명한 건 유년 시절 추리소설을 통해 맛본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서 유희는 이후에도 책 읽기를 즐기고 좋아하게 한 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코난 도일은 자신이 좋아하는, 깊고 숭고한 사유를 하게 해준 책들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1장에서는 토마스 배빙톤 매콜리의 '역사 비평집'에 기록된 섬세한 문장과 역사 속 인물들을 재구성해 낸 방식에 감탄하며 그의 무덤을 성지순례하듯 찾아갔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매콜리가 쓴 '고대 로마 민요집'이 또 다른 민요시인 월터 스콧의 '스코틀랜드 민요집'만큼이나 고결하고 용감하며 기운 넘친다고 칭송한다. 물론 매콜리가 로버트 몽고메리에 대해 신랄하고 공격적인, 악의로 가득한 냉정한 비평을 내놓은 부분은 "없애버리면 좋겠다"고 꼬집어 지적하기도 한다.
탐험기와 여행기들에 대해 기록한 11장에서는 로버트 스콧의 '남극 탐험 항해기'와 리처드 헨리 다나의 '선원으로서의 2년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난파선 약탈자'와 '썰물', 허먼 멜빌의 '타이피족'과 '오무', 그밖에도 러디어드 키플링, 잭 런던, 조지프 콘래드 등의 책들을 열거한다. 코난 도일 본인이 한 때 포경선에서 의사 겸 선원으로 일했던 경험 탓인지 소설 속 영웅들의 모험심과 활약이 작가의 어떤 인식에서 나왔는지, 주인공들이 맞닥뜨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묘사가 읽는 이에게 얼마나 새로운 경험이 되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선 원작가보다 더 수려하고 생동감 있는 해설을 덧붙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도록 좋아하는 책들을 가까이 두어라." "일주일에 하룻밤은 과학책을 읽는 데 바쳐라. 스무 살에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서른 살에는 분명 단단히 내공이 다져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코난 도일의 조언이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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