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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은 가난을 타고 끓는다…당신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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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16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16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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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의 한낮 기온 34도, 주말 35도, 다음 주는 36도에 육박하겠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문제는 이 폭염도 수익을 기준으로 나누는 계층 간에는 달리 흐르고 있다는 데 있다.

직업의 선택권이 좁은 취약계층은 사실상 노상에서 노동을 이어가며 폭염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셈이다. 주로 폐지를 줍는 노인, 경비원 등이다.

지난 2012년 발간된 ‘취약계층의 객관적 정의 및 고용과 복지를 위한 정책방안연구 보고서’를 보면 취약계층은 취업 활동과 생애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각종 사회경제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계층을 지칭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다운 삶’은 우리 헌법(34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며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폭염에 갇힌 도심. 사진=아시아경제DB

폭염에 갇힌 도심.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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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0일부터 7월15일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집계된 올해 온열 환자 발생은 551건이다. 특히 19일 기준 폭염으로 올해 발생한 사망자는 4명이다.

사망자 중에는 ‘갑’과 ‘을’의 관계가 분명한 하청업체 근로자 A씨(39)가 있었다. 세종지역에서 보도블록 공사를 하던 A 씨는 16일 오후 4시20분께 쓰러졌다. 발견 당시 A 씨의 체온은 43도가 넘어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A 씨는 결국 다음날인 17일 숨졌다. 사망 경위만 놓고 보면 온열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렀지만,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A 씨는 덥다 못해 뜨거운 이 폭염 열기를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였던 셈이다. 세종지역은 지난 13일부터 닷새째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사실상 재난 수준에 이르는 폭염 상황에서 노동을 이어가거나 상대적으로 재난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을 ‘재난 약자’ 또는 ‘안전약자’로 분류한다.

이 같은 재난 약자들은 ‘재난발생시 재난약자에 대한 지역사회 지원체계 강화방안 연구 논문’에 따르면 △스스로에게 위험이 닥쳐 왔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없거나 알아차리기 어려운 사람 △스스로에게 위험이 닥쳐 왔을 때 그것을 알아차려도 구조자에게 전할 수 없거나 전하기가 어려운 사람 △위험을 알리는 정보를 받아도 그것에 대해 행동할 수 없거나 행동하기가 어려운 사람을 말한다.

또 국립방재연구소는 이 재난 약자에 대해 △경제적으로 기본적인 안전 환경을 유지할 수 없거나 △재난 발생 시 신체적으로 자력에 의한 신속한 대피 및 초기대응을 할 수 없는 자 △환경적인 요인에 의하여 재난 취약성을 갖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종합하면 신체적 약자인 고령자, 장애인, 유아, 임산부 등이 포함되고, 경제적 재난 약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이 되는 셈이다.

이를 기준으로 쪽방촌을 보면 고령자와 소득 계층에서 낮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재난 약자의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쪽방촌은 홀몸 노인 또는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냉방시설도 무척 열악해 긴급 상황 발생 시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하지만, 이 같은 대책도 24시간 운영되는 것이 아닌 이상 ‘폭염 속 취약계층 사각지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19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93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 발생 장소를 보면 작업장이 31명(33.3%)로 가장 많았고, 운동장 8명, 논밭 8명, 길가 12명, 주거지 주변 5명, 기타 10명이 뒤를 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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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작업장의 경우 보통 40도를 웃도는 1평 남짓의 경비실은 말 그대로 ‘찜통더위’다. 낮에도 야외 순찰 등 지속해서 폭염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경비업무는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낮 12시4분께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B(당시 48세)씨는 열사병으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다행히 B씨를 본 주민이 119에 신고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당시 B씨를 구조한 소방당국에 따르면 B 씨는 말을 걸었을 때 겨우 반응을 보일 정도의 의식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폭염 대책 사항으로 △TV,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무더위와 관련한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 △에어컨, 선풍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정비 △오후2시에서 오후5시 사이에는 가정 더운 시간으로 실외 작업 지양 권고 등 폭염 취약계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도블록 공사를 하다 그대로 숨진 A 씨 사례와 같이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 관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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