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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챙겨주려”…직장 내 괴롭힘, 위계 요소 아닌 명백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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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직장 내 괴롭힘’ 생활적폐로 규정하고 형사처벌 및 산재 인정 추진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에 대한 형사처벌과 산재 인정을 추진하는 대책을 확정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에 대한 형사처벌과 산재 인정을 추진하는 대책을 확정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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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6년 차 유진(여·31) 씨는 4년째 직속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잦은 야근 탓에 상사와 함께 일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일을 이렇게밖에 못하느냐”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고 폭언을 퍼붓는가 하면, PT 준비 도중 아이디어가 막히기라도 하면 앞에 필기구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욕설과 고함치는 일은 다반사. 하지만 상사의 이 같은 괴롭힘을 사내에서 상담하자니 비밀보장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노조 역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듯해 참고 버텨온 그녀는 4년째 건강검진 때마다 만성위염 진단을 받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직속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고 밝힌 근로자가 10명 중 6명(60.6%)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한 근로자 중 47.4%는 회사가 사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도 답했다.

이에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생활 적폐’로 규정하고 직접 칼을 빼 들었다. 1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선 근로기준법, 의료법 등 5개 법률과 10월 발표 예정인 가이드라인에 직장 괴롭힘의 정의·유형을 명확히 기재하는 ‘직장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이 확정됐다.

먼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분명한 개념을 근로기준법과 해당 법규의 가이드라인에 명시하도록 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대상과 방법, 절차가 의무적으로 포함되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피해자 본인 외 직장동료 등 사업장 내 동료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게 바뀐다.
종전에는 피해자가 괴롭힘 사실을 신고하려 해도 법적 개념이 없고, 또 신고 후 사용자가 이를 반드시 조사해야 할 의무가 없어 오히려 피해자의 신고 사실이 노출돼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근로기준법을 들어 피해 사실이 신고되면 반드시 사용자가 이를 조사하는 조항이 의무화되고, 고용노동부의 직권조사 또한 가능해진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근거도 마련됐다. 괴롭힘에 대한 법령 위반행위가 접수될 경우 국가기관에서 법령에 따라 직권조사 등을 실시,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가 부과되며,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다수의 우월성을 이용한 폭력행위를 비롯한 각종 범행 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2차 피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피해자·신고자의 좌천·징계·해고 등 보복행위 및 불이익 처우금지의무도 신설된다.

또한 직장 괴롭힘 예방교육을 의무화해 이를 시행하지 않은 사업장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되며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피해자가 부상·질병·우울증·자살 등을 겪을 경우 이에 대한 산재 보상이 더 강화되도록 기준이 개선된다. 지금까지는 손해배상청구 소송만 지원됐으나 개정 이후엔 복직소송과 보복소송 응소에도 법률·소송 지원이 이뤄진다.

사진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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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경영공학 로버트 서튼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다룬 자신의 책 ‘또라이로부터 살아납는 법’에서 “성과 만능주의에 빠진 많은 미국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성과 압박이 심한 회사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에 근무한 한 연구원은 상사에게 15년간 심각한 차별을 받고 이를 회사에 신고했으나 상사의 성과를 보다 높이 평가한 회사로부터 이내 해고당했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미시간주 연방법원은 피고의 손을 들어줌과 동시에 포드가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159억원, 퇴직 연금 손실액 18억원, 정신적 피해 배상금 1억 등 총 약 17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과 왕따 문제를 연구해온 디터 자프 독일 요한 볼프강 괴테대학 조직심리학 교수는 “독일에만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200만명에 달하지만, 왕따와 같은 정신적 괴롭힘은 측정 기준이 모호해 정확한 피해 사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물리적인 것 외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게는 전문가와의 밀도 높은 상담, 크게는 회사 조직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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