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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권영수 ㈜LG 부회장…'현장' 중시하는 재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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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권영수 ㈜LG부회장은 최근 자산규모 123조원의 국내 4대 그룹인 LG그룹의 2인자 자리에 올랐다. 그에게는 구광모 신임 LG그룹 회장 체제의 안착과 계열분리, 신성장동력 확보 등의 숱한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룹내에서 권 부회장은 어떤 결정을 내린 뒤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특유의 과감한 추진력으로 거침 없는 행보를 내딛는 소신있는 강직한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는다.

지난 6월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행사에서 LG유플러스를 이끌고 있던 권 부회장은 "화웨이가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에서 가장 앞서 있다"면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화웨이로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전날 'MWC 상하이' 행사에 참석(오전 10시)→불참(오전 11시)→다시 참석(오후 3시) 등 결정을 여러번 번복해 주목을 끌었었다.
통신 업계에선 "권 부회장이 화웨이 장비 채택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도 나왔다. SK텔레콤과 KT는 이미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라 부담도 컸다. 재계에선 구광모 (주)LG 회장의 선임 3일전인 만큼 오너십이 바뀌는 민감한 시기에 보안 논란에 휩싸인 화웨이 장비를 굳이 지지하는 위험 부담을 갖겠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뚜껑을 여니 결과는 정 반대였다. 권 부회장은 "화웨이 장비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은 것 같다"며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빼는 것도 없고 돌려 말하지도 않는다. 올해로 12년차 장수 CEO인 권 부회장은 단호하다. 경쟁사를 향해서도 할 말은 한다. SK텔레콤의 케이블 방송 업체 CJ헬로비전 인수협상 당시 권 부회장은 "정부가 합병을 승인할 경우 SK텔레콤이 3년안에 경쟁사들을 압살할 것"이라며 작심 발언을 내놓았다.
과거 LG디스플레이 CEO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3D TV 기술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펼치던 2011년 "연말이면 경쟁사 제품의 승패가 판정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3D TV 기술은 초고화질(UHD) 시대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세계 최대 3D TV 시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이 LG디스플레이 기술을 선택하며 판정승을 얻기도 했다.

이같은 권 부회장의 추진력에는 현장이 뒷받침된다. 가는 회사 마다 임직원들은 "권 부회장이 오면 실적은 좋아지지만 임직원들은 힘들다"고 말한다. 재무전문가이면서도 현장중심형 CEO인 만큼 불쑥 사업장을 찾아가는 일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가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전자 최고 재무책임자(CFO)였던권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권 부회장은 월요일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화요일과 수요일은 경기도 파주의 LCD 생산라인, 목요일과 금요일은 경북 구미공장에서 근무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1년만에 LG필립스LCD는 영업이익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필립스의 지분 정리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됐고, 현재의 LG디스플레이가 탄생했다.

권 부회장은 LG유플러스 CEO로 재직할때도 전국 곳곳의 현장을 수행비서 없이 불쑥 찾는 것이 일상이었다. 또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직원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통신 사업 경험이 없다는 단점을 현장 경영으로 메웠다. 업무 외적으로는 따뜻하게 직원들을 챙기고, 소통하는 경영자로도 손꼽힌다. LG유플러스 CEO 시절 매월 두번씩 5시 퇴근제도를 도입했고, 육아에 신경써야 하는 여직원들을 위해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재무통으로 그룹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면서도 몸은 항상 현장에 있다 보니 시야가 넓고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LG의 성장동력인 OLED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배터리 역시 그가 초석을 쌓아놓은 사업이다. 대형 인수합병(M&A) 경험도 있다. LG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LG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 주요 경영진들에게 "LG의 미래를 위해서는 OLED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CEO 재직 시절 초석을 쌓아놓은 사업들이다. 그룹 최고의 재무통으로 2인자에 오른 그가 LG그룹의 산적한 이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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