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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후폭풍]"월급쟁이 부러워"…장사하면 5년 내 망하는 나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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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폐업 속출…84만명 육박
외식업 폐업률 가장 높아…20% 이상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권 문제'…"다 망해"
내수 '바로미터' 외식산업 경기지표 '악화일로'
서울 시내 한 상가건물 1층의 모습. 가두점이 폐업한 뒤 깔세(단기로 임차해 매장을 운영하는) 매장으로 잠시 운영된 이후 폐점되고 현수막만 남아있다.

서울 시내 한 상가건물 1층의 모습. 가두점이 폐업한 뒤 깔세(단기로 임차해 매장을 운영하는) 매장으로 잠시 운영된 이후 폐점되고 현수막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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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잘 다니는 회사 계속 다녔어야 했는데... 왜 장사를 시작했나 모르겠습니다. 치킨집 하면 못 벌어도 500만원은 번다고 들었는데 저는 하루종일 닭을 튀겨도 300만원 벌기가 힘드네요. 월급쟁이가 가장 편하다는 것을 빚이 생기니 깨닫게 되네요. 가장으로서 부끄럽고 자괴감만 듭니다. 폐업하고 작은 기업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장사를 하면 5년 내 망하는 이상한 나라에요."
17일 오후 기자와 만난 중구의 한 치킨전문점 사장은 이 같이 토로했다. 자괴감이 든다고 말을 할 때 울먹이기까지 한 그의 모습이 우리나라 개인 자영업자들의 현 주소다.

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 10개의 가게가 문을 열었을 때 5년 안에 8곳이 폐업한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위축과 임대료와 최저임금 등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밸 문화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폐업한 한 상가.

폐업한 한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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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자영업자 84만명…폐업률 80%=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개인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는 110만726명. 반면 같은 기간 83만9602명의 개인사업자가 문을 닫았다. 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은 76%를 넘는다. 조사 기간마다 근소한 차이는 있지만, 최근 10년 동안 개인사업자의 단순 폐업률(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은 평균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후 1년 동안 생존한 기업형 사업체(2인 이상)의 비율은 79%로 알려졌다. 다만 창업 5년 뒤 생존한 비율(5년 생존율)은 39%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달 동국대학교 교수는 지난 4일 서초구 한국벤처투자 레드룸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회사법 단행법제화 토론회'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초기 창업 실패에 따른 자본결핍 등으로 재창업 실패확률도 높은 데다 연간 100조원 수준의 창업 실패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초기 창업에서 실패율을 낮출 수 있는 실효적 창업교육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영업 중에서도 외식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가장 높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식업 전체 폐업률은 산업 전체 폐업률보다 평균 1.5배가 높다. 폐업률 수치도 매년 20%를 웃돈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통계 조사결과 1년간(2017년 6월~2018년 5월) 음식점업 3367개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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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은 자영업자 곡소리= 외식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비명에 가까운 상황이다. 광명시에서 A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지환(가명) 씨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하루종일 닭을 튀기는데 한달에 고작 쥐는 돈은 300만원 남짓"이라며 "월급쟁이 생활 15년을 정리하고 창업한 것인데, 월급쟁이 때보다 돈을 더 벌지 못하는 데 왜 치킨창업을 했는지 후회가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가 벌어들이는 월 매출액은 2300여만원 정도. 임대료와 배달수수료 등 각종 비용과 본사 납입금 등을 지출하고 나면 순이익은 250만원에서 300만에 불과하다. 그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바쁜 시간에는 아내가 나와 일을 도와준다"며 "계속 가게를 운영할지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충무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출의 30% 이상이 직원 4명의 인건비로 나가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겠냐"면서 "임대료 비싼 이곳에서 인건비 상승은 재앙"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분식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서울 주요 먹자골목은 이제 해가 지면 을씨년스럽다"면서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회식 문화가 아예 사라져 이제 저녁 장사는 포기해야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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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이제 진짜 폐업 말고는 답이 없다"며 "지금 매월 지출되는 인건비가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하면 50%나 넘게 증가는데 적자만 쌓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버는 족족 인건비로 홀라당 나가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출을 받아 강남에 주점을 연 송 모씨는 최근 가게를 정리했다. 그는 "한달 번 돈으로 직원 월급을 주고 임대료를 내면 내 손에 쥐는 돈이 전혀 없었다"며 "장사를 너무 만만히 본 내 탓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장사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빚만 쌓인 채 폐업해 가장으로 얼굴을 들 자신이 없어 집에 들어가는 것도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전국 외식업체 28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77.5%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경영상태가 악화됐고 80%는 앞으로도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외식업체가 폐업, 전업을 고려 상황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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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인상 '생존권'…외식경기지표 최악= 내수의 '바로미터'인 외식산업 경기지표는 모든 부분에서 '악화일로'다.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에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외식 자영업자들은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이달 초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외식업경기지수는 지난 5월 69.45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 동결이다. 외식업경기지수는 50~150을 기준으로 100이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은 위축을 의미한다.

앞으로 전망도 비관적이다. 소상공인 시장경기동향 조사 결과, 음식점업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모두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각각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기동향은 72.0, 60.8로 집계됐다. 100 초과이면 호전이지만 100 미만이면 악화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 역시 밝지 않다. 전 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86.3으로 집계됐다. 특히 음식 및 숙박점업은 79.5로 전월 83.6보다도 하락했다. 100미만이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향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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