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연일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 2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불쾌한 경험을 했다. 약속을 위해 나선 거리에서 어디선가 뜨거운 바람이 훅하고 불어와 불쾌지수는 물론 실제 체감온도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거리 곳곳에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있고 뜨거운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A 씨는 딱히 어디에 어떻게 항의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연신 흘러내리는 땀만 훔쳤다.
문제는 일부 가게에서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실외기를 놓고 운영한다는 데 있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또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인근 건축물의 거주자나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어 건축물의 외벽에 설치할 때에는 지지대 등 보호장치와 분리되지 않도록 설치하게 돼 있다.
전국적으로 이날 낮 기온과 습도를 종합한 생활기상지수인 불쾌지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짜증을 낼 정도인 80(매우 높음)을 훌쩍 넘긴 상태다.
또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하고 실외기를 방치하면 당장 화재 위험이 있다.
국민안전처와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접수된 에어컨 화재사고 총 472건 중 299건(63.3%)이 실외기에서 발생했다. 화재 원인 확인이 가능한 289건 분석 결과, 194건(67.1%)이 열악한 설치·사용 환경이나 제품 노후화로 나타났다.
과열·과부하, 절연열화에 의한 전선 단락, 부주의, 기기 노후 등도 화재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울산 북구 화봉동의 아파트 9층 베란다에 있던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있었다.
이 화재로 인해 실외기와 집 일부를 태워 950여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화재 예방을 위해서라도 길거리 실외기 집중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실외기 설치 기준을 위반하면 지자체는 건물 시가표준액의 10분의 1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단속 인력 부족을 이유로 위험한 실외기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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