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진 16일 낮 서울 명동 거리. 3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탓에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이날 낮 3시 50분 스마트폰 온도계 애플리케이션(앱)은 35.1도를 가리켰다. 명동 관광특구 중심가 도로를 걷다 무심코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한 화장품 가게가 발길을 잡았다. 시원한 매장에 5분가량 있으니 땀이 식고 오히려 한기가 올라왔다. 실내 온도는 정부가 권장하는 적정 온도(26도)를 비웃고 있었다.
이날 찾은 명동 관광특구 대부분의 1층 상점 상당수가 ‘개문냉방’ 영업 중이었다. 이날 낮 3시 30분께 관광특구 중심 길 40개 업소 중 30곳이 문을 열어 둔 채 차가운 에어컨 바람으로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이달 초 산업부가 발표한 하계(7월9일~9월14일) 에너지 공급능력은 1억71만kW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예비력은 1241만kW로 전망돼 예비율이 14.1%에 달한다. 예비율이 10% 이상이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는 양호한 상태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바라본 태평로 아스팔트에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전력 수급이 좋아 단속을 실시하지 않는다지만 개문냉방 영업을 하면 전력 소모량이 평상시의 3~4배가량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정부가 에너지 낭비를 방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을 할 때도 단속 건수가 거의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2015년, 2016년 과태료 부과건수가 각각 3건(서초구), 2건(중구 1건ㆍ강남구 1건)에 불과했다. 1차 단속으로 인한 계도(경고) 건수는 2015년 65건, 2016년 121건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자치구 단속반원들에게 ‘냉방비 감수하고 장사하겠다는데 왜 단속하느냐’는 핀잔을 하고 몸싸움을 벌일 때도 있었다”며 “단속 애로점이 많았으나 지난해부턴 공고가 없어 에너지 절약 홍보 캠페인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있던 단속 근거마저 사라져 자발적 동참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당분간 평년 보다 4도 이상 높은 무더운 날씨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개문냉방 단속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16년 8월 폭염이 지속돼 갑작스레 개문냉방 단속을 실시한 전례가 있다. 과거 개문냉방 영업을 하다 적발한 경우 1차에는 경고, 2차부터는 횟수에 따라 50만~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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