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어 수=업체 신뢰도' 공식 만들어져
사진 도용·품질불량 등 부작용도
전문가 "양적 평가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 반영"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자영업자 안모(32)씨는 최근 돈을 주고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 1000명씩 2000명의 '새 친구'를 만들었다. 안씨가 '구매한 친구(?)'는 다름 아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받아보는 팔로어들이다.
안씨에겐 왜 많은 팔로어가 필요했을까. 경기도 수원시에서 일식 주점을 운영하는 안씨는 얼마 전 가게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 홍보 계정을 생성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팔로어가 늘지 않자 우연히 알게 된 SNS 마케팅 업체를 찾게 됐다. 이후 돈을 주고 팔로어를 구매했고 기존 300여명에서 2000명, 7000명까지 스무배 이상 팔로어를 늘렸다.
젊은 층 사이에서 돈을 받고 SNS 팔로어 수를 늘려주는 서비스가 인기다. 팔로어 수가 SNS 내에서의 영향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팔로어가 많다는 건 인기있다는 의미이고 그 인기는 돈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자영업자들에겐 이 같은 서비스가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음식점이나 쇼핑몰 등 홍보 계정의 경우 팔로어 수가 곧 업체의 신뢰도처럼 인식되곤 한다.
실제로 안씨가 의뢰한 업체에 팔로어 늘리기 서비스 문의를 하자 계정 정보를 가르쳐주면 곧바로 작업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당 업체는 한국인 팔로어는 1000명에 대략 4만원, 외국인 팔로어는 한국인 팔로어의 4분의 1 가격을 받고 있다. 기자가 직접 해당 업체에 팔로어 1000명 늘리기 상품을 신청하자 불과 이틀 만에 700명이던 팔로어가 1700명으로 늘어났다. 팔로잉에 이용된 계정은 모두 가상으로 만든 유령 계정이다. 심지어 유령계정이 삭제될 것에 대비해 팔로어가 빠져나갈 경우 에프터서비스까지 가능하다.
현재 온라인에선 이와 비슷한 업체 수십여 곳이 성업 중이다. 이들 업체는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등 대부분의 SNS에서 팔로어를 조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서비스를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당연히 이 같은 팔로어 수 조작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팔로잉 작업에 사용되는 계정 대부분이 타인의 사진을 도용하거나 개인정보를 도용해 만든 것이다. 작업을 위해서 수만 개의 계정이 필요한 만큼 SNS에 올라온 실제 이용자들의 사진을 무작위로 가져와 사용한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양적인 평가가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질적인 평가보다 양적인 평가가 우선시되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돈을 주고서라도 SNS 팔로어를 구하려는 현상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팔로어가 많다는 게 마치 질적 수준을 보장하는 것처럼 여겨지면서 양적 팽창만으로 사람들의 기대치를 높이려는 심리가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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