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그은 EU "中과 힘합쳐 美 무역전쟁 대항할 생각없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유럽연합(EU)을 '통상에서의 적(適)'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EU는 중국의 손을 잡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맞대항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정책을 펼칠 경우 또 다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자문기구인 유럽경제사회위원회(EESC)의 루카 자히에르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EU는 중국과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할 생각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는 이날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유럽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EU와의 연합전선을 제안한 것에 재차 선을 그은 발언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은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갖는다.

자히에르 대표는 "미국은 유럽에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파트너"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반대하지만,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격적인 행동에 공격적인 행동으로 맞대응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미 과거에 그러한 정책들로 인해 끔찍한 결과를 맞았고, 교훈을 얻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유럽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보복관세 등 조치를 시사했다.

이날 자히에르 대표는 중국이 시장 개방을 확대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중국도 공정한 경쟁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며 "이제 중국이 바뀌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중무역전쟁과 관련해 "일방주의 정책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그 규칙을 따를 의무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에 기반해 의견 차를 조정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