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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연대” vs “성소수자 반대”…퀴어축제에 둘로 나뉜 서울

최종수정 2018.07.14 14:47 기사입력 2018.07.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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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성(性)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얼렸다. 그 옆 대한문 앞에서는 서울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역시 진행됐다. / 사진=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성(性)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얼렸다. 그 옆 대한문 앞에서는 서울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역시 진행됐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 김성현 인턴기자] 이 안에서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2018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됐다. 이번 축제는 ‘당신의 주변(Around)에는 항상 성소수자(퀴어, Queer)가 있다’는 뜻의 ‘퀴어라운드(Queeround)’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무대공연, 부스 행사 등을 진행했다.

지난 2000년 50여 명의 성소수자들이 시작한 뒤 19회를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15년 1만5000명, 2016년 3만 명, 지난해 5만 명 등 참가자 수가 매년 늘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성소수자 축제 중 하나로 발전했다.

축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부스 행사로 시작됐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것으로 예보된 찜통더위에도 서울광장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날 축제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10여 개 국가 주한 대사관 등 100여 개의 단체가 공식 부스를 마련해 동참했고 이후 무대공연과 퍼레이드 등이 이어진다.
14일 오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한 참가자가 프리허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한 참가자가 프리허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퀴어 축제에 처음 참석했다는 20대 중반 여성 A 씨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인데 이(서울광장) 안에서 만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상당히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아직 헤쳐나가야 할 장애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이런 운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혐오하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멕시코인 B 씨는 “매우 훌륭한 축제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이 강국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라며 “이 축제를 통해 한국인들의 성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과 시선이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축제가 열리기 전까지 퀴어축제 진행을 두고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게재된 ‘퀴어축제 반대’ 청원에서 청원자는 퀴어축제가 변태적이고 외설적이라며 “퀴어라는 이유로 시민의 공간인 광장을 더럽히는 행위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청원 마감 전 20만 명 이상이 참여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 대상 청원이 됐다.

이와 관련해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전날(13일) 청원 답변을 통해 “서울광장을 사용하려면 사용관리에 대한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신청하면 된다”라며 “퀴어축제는 위원회 심의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대한문 앞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4일 오후 대한문 앞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서울광장 인근에서는 이번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 단체들의 시위도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에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 집회에 참여한 20대 여성 C 씨는 퀴어축제와 관련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C 씨는 동성애 자체에도 반대한다며 “동성애는 유전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다. 동성애로 인해서 에이즈가 발생하는데 동성애가 자연적인 것이라면 이런 질병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70대 여성 D 씨 역시 “동성애는 우리 성 윤리에서 봤을 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동성애로 인해서 인구가 줄어들고, 그들이 질병에 걸리면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강명진 퀴어축제조직위원장은 이날 오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올해로 19번째인 이번 행사를 통해 성 소수자의 자긍심 고취, 문화 향유, 소통의 공간이 마련된 것 등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축제는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반대 집회자들을 두고 “축제 참여자들의 안전만 보장된다면 반대자들에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예전 집회에서도 이와 같은 방해를 많이 겪었다. 폭언, 폭행이나 혐오스러운 언어 사용 등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김성현 인턴기자 sh0416hy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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