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은 국가 간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도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갑을 문화로 인해 중소기업 기술 탈취가 여전하다. 이에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경찰청, 대검찰청 등과 공동으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여러 대책 중 비밀유지협약서(NDA) 체결 의무화, 하도급거래에서 기술자료 요구 '정당한 사유' 최소화, 10배 손해배상, 행정조사ㆍ시정권고, 소송 전담 '공익법무단' 운영 등이 눈에 띈다. 또한 중기부가 기술보호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으면서 범정부적 공조체제를 강화한 점도 특징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는 '입증책임' 경감을 위한 입법 추진은 기술거래의 현실을 고민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7년 전 기술의 부당한 유용을 근절하기 위해 하도급공정화법에 처음 도입한 3배 배상제도는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다. 비록 상여금 차별에 적용한 사례가 있지만 법원이 인정한 배상금은 미약하여 손해를 입더라도 소송에 나설 만큼의 유인이 없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손해배상액을 최대 10배까지 올린다고 선언했고, 특허청은 3배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특허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국회 상임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에서 지식재산권(IP)과 기술 보호를 위한 국가전략을 국가수반이 직접 챙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공정하고 건전한 경제 질서 유지와 풍요로운 국민의 삶을 위해 기술탈취는 근절돼야 하며 이는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오랫동안 굳어진 기술탈취 관행을 엄중하고도 집중적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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