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3만명 모여 외친 "문재인 재기해"…도대체 무슨 뜻?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7일 오후 서울 혜화역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몰카·성범죄 규탄→패륜·혐오 집회로?

3만명 모여 외친 "문재인 재기해"…도대체 무슨 뜻?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7일 오후 서울 대학로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3차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패륜ㆍ남성 혐오성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붉은 옷을 입고 집회에 온 참가자들은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를 한동안 외쳤다. '재기해'라는 말은 반(反) 패미니즘를 주창한 남성연대 대표 고(故) 성재기씨의 죽음을 희화화 하고 조롱하는 패륜적 욕설이다. 성씨는 2013년 7월 한강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했는데, 실제 자살할 의도는 없이 일종의 퍼포먼스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이후 메갈ㆍ워마드 등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재기하라'는 말은 "나가 죽어라", "자살하라", "헛되이 목숨을 끊다"는 뜻의 신조어가 됐다.

극우·마초 성향 일간베스트 게시판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등장한 '운지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일베 이용자들은 산을 뛰어 다니다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담긴 건강 드링크 음료(운지천) CF와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빗대어 '운지하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3만명 모여 외친 "문재인 재기해"…도대체 무슨 뜻? 원본보기 아이콘

참가자들이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를 외친 이유는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홍대 몰카 사건과 혜화역 시위에 대해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 "일반적인 (사법) 처리를 보면 남성 가해자의 경우 더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높았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 진행자들은 참가자들의 '재기해'라는 구호가 계속되자 "사전 그대로의 의미"라며 애써 파장을 축소시키려 애쓰기도 했다. 거부감을 느낀 일부 참가자들은 자리를 뜨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스', '자이루' 등 남성 혐오성 구호들도 난무했다. 자이스는 "한국 남자의 성기가 외국 남성들에 비해 작다"며 조롱하는 말이다. 또 '자이루'는 남성의 성기와 '하이루'(안녕)이라는 인터넷 용어를 합친 말로 역시 남성 혐오 용어다. 이날 참가자들을 비롯한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미러링', 즉 남성들이 여성들을 상대로 평상시 행하는 성기를 비유한 욕설·농담 등을 그대로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이같은 혐오성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만명 모여 외친 "문재인 재기해"…도대체 무슨 뜻? 원본보기 아이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지지자는 "문 대통령은 가장 여성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해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정치인"이라며 "특히 문 대통령에게 친구이자 동지인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한 말과 비슷한 단어를 쓰다니 일베와 같은 패륜 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도 SNS 계정을 통해 "저런 집회 현장에서 '문재인 재기해'같은 구호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예상은 했다"며 "예상치 못했던 것은, 저런 패륜 구호가 나오는 데에도 주변에 말리거나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행자는 오히려 '문제를 제기해'라는 뜻이라며 사실을 호도했답니다"라며 "며칠 전 대통령은 '남녀 갈등이 정말 심각하다'고 걱정했다. 갈등이 심각한 것도 문제지만, 갈등을 표출하는 방식이 너무 패륜적인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우용씨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여성들에게 '자살'로 속죄해야 할 만큼 큰 죄를 지었나"라며 "젠더 이전에, 인간으로서 용납해선 안 되는 말이다. 저런 구호를 외치는 자들조차 억누르지 못한다면 그 집단에 '자정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집회 및 구호의 사회적 맥락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쓰는 말이나 문구를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들의 말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건 그들 집단 행동이 갖는 사회적 맥락과 의미"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민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인지, 비현실적 이념에 경도된 '광인'집단에 불과한지,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