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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러시아] 한시간 넘게 '축구 토론'을 한 브라질 경기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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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기자들과 기자회견이 끝나고도 이야기하는 바치 감독 [사진=김형민 기자]

브라질 기자들과 기자회견이 끝나고도 이야기하는 바치 감독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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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치치, 난 브라질 글로부 기자입니다. 당신의 공격 전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3일(한국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자회견장. 브라질 축구대표팀 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 감독이 코스타리카를 2-0으로 꺾고 기자회견을 하던 중에 브라질 기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치치"는 브라질 사람들이 바치 감독을 부르는 별칭이다.

그 질문은 꽤 의외였다. 이날 브라질은 경기를 이긴 승리팀이었다. 골도 두 번 만들었다. 공격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이 브라질 기자는 용감하게 이야기했다. "공격수들이 공을 터치하는 과정에서 문제들이 있었다고 본다. 득점이 나오기 전까지 좋은 찬스들을 놓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네이마르 다 실바, 가브리엘 제수스 등은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후반 교체투입되기 전까지 사실 별로였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보나"라고 물었다.

질문을 간단한 대답으로 넘길 법도 한데, 바치 감독은 세밀한 설명과 함께 답변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카세미루가 있고 좋은 패스 능력을 지닌 수비수 두 명도 있다. 상대는 항상 네이마르쪽으로 공이 투입될 때를 막으려 한다. 이때 주변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크로스가 올라갈 때 중앙에는 공격수 두 명이 들어가고 카세미루가 와이드하게 벌린다"는 등 자신이 브라질 대표팀에 만든 공격 전술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렇게 기자회견은 한 시간을 조금 넘어서야 끝났다. 기자들과 바치 감독, 그리고 동석한 실빙요 브라질대표팀 기술코치가 축구에 대해 논쟁을 했다. 기자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강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던 바치 감독은 기자회견장을 떠날 때는 웃으면서 떠났다. 질문을 3개씩이나 한 브라질 기자에게는 "질문 너무 많이 하지 말아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우리 축구대표팀, 프로축구 기자회견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공유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다른 시간과 공간을 따로 만들어서 하지 않고 이렇게 경기후 기자회견장에서도 브라질은 '건강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역시 축구하면 '삼바군단' 브라질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느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브라질 축구팬들 [사진=김형민 기자]

브라질 축구팬들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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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판타지를 갖고 응원하는 브라질 축구팬들

사이먼 쿠퍼와 스테판 자만스키가 쓴 '사커노믹스'라는 책을 보면 축구가 소비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은 역사와 추억이라고 설명한다. 축구팬은 오늘 경기장에서 잊지 못할 장면을 하나 보게 되면 다음 번에 그 장면을 볼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경기장을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브라질 축구팬들도 그런 것 같았다. 브라질과 코스타리카가 러시아월드컵 E조리그 두 번째 경기를 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는 약 4만3000명이 운집했다. 육안으로만 봐도 그 절반 이상이 브라질 축구팬들이었다. 경기장이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였다. 브라질 축구가 강한 배경에는 뜨거운 축구 토론 이전에 팬들의 열기와 애정이 있었다.

펠레 유니폼을 입은 브라질 축구팬 [사진=김형민 기자]

펠레 유니폼을 입은 브라질 축구팬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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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바우두 유니폼을 입은 브라질 축구팬 [사진=김형민 기자]

히바우두 유니폼을 입은 브라질 축구팬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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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에 등장한 브라질월드컵 마스코트 풀레코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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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각자의 판타지를 갖고 경기장을 찾는 것 같았다. 유니폼 뒤에 쓰인 이름들이 이를 알려준다. 어느 팬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브라질 대표팀의 간판 스타였던 '히바우두'를 등에 박고 나타났다. 어떤 이는 '펠레'였고 어느 이는 '호나우두'였다. 흰수염이 난 할아버지의 유니폼에는 '지코', '둥가' 등도 보였다.

경기장 바깥 한쪽편에서는 한 축구팬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마스코트였던 '풀레코'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자국 축구팬들과 사진을 찍었다. 4년 전 월드컵은 자국에서 우승에 도전했던 브라질에는 아픈 대회다. 4강에서 독일에 1-7로 크게 져 상처를 입었다. 대회 최종성적은 4위였다. 마치 그때의 아픔을 러시아를 씻겠다는 듯, 브라질 축구팬들은 풀레코와 "브라질!"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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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네이마르와 브라질의 DNA

네이마르는 이날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그대로 주저 앉아서 고개를 푹 숙였다. 팀의 에이스로 진 부담감을 이날 승리와 득점포로 해소한 듯 보였다. 팀 동료들도 그를 위로했다.

바치 감독은 "네이마르에게 잘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네이마르가 살아야 브라질 공격도 산다.그래서 네이마르는 항상 많은 주목을 받는다. 브라질은 월드컵마다 공격축구를 지향하고자 했고 이번 러시아워르컵에서는 네이마르가 그 선두에 서 있다.

공격축구에 관해서는 바치 감독의 말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브라질은 이날 경기 후반전에 네이마르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가 비디오판독(VAR) 후 판정이 번복되며 반납했다. 바치 감독은 "난 선수들에게 무슨 일이든 불평, 불만하지 마라고 이야기한다. VAR 문제는 그냥 깨끗하게 마무리됐다. 굳이 그 기회가 없어도 우리는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필리페 쿠티뉴가 후반 46분에 선제골을 넣었다. 그때 난 쿠티뉴에게 골을 더 넣으라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선수들 각자의 공격성과 특성을 만든다. 그게 모여 팀의 DNA가 된다. 우리도 우리만의 DNA가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마르가 득점포를 가동했고 브라질 공격수들은 상대의 밀집수를 뚫을 자신감은 얻은 경기였다. 브라질의 목표는 월드컵 정상탈환. 과연 이 기세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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