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수입액(재화 기준)이 지난해 5055억달러인데 관세부과 대상 4500억달러면 그중 90%에 이른다. 반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299억달러에 불과해 중국이 맞불을 놓을 여지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자국 소재 미국 기업의 영업을 제한하거나 공급망을 교란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실 미국도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미국 진출 시도를 좌절시키는 한편, 같은 통신장비업체로 그나마 미국에서 선전하던 ZTE를 제재하는 등 중국 기업의 진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의 경험을 보면 세계 경제열강 간의 관세전쟁은 승자 없이 모두에게 파괴적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의 행태나 중국 측의 신중한 반응을 감안할 때 타협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무력화에서 보듯이 지금은 이러한 협상을 관장할 글로벌 거버넌스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면 충돌은 모면하더라도 상호 갈등이나 분쟁은 지속될 소지가 크다. 무역 '열전(hot war)'은 아니더라도 무역 '냉전(cold war)'이 이른바 뉴노멀 시대의 상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무역 냉전에는 기술 혁신과 표준을 둘러싼 경쟁, 즉 일종의 '기술 냉전(tech cold war)'도 가세한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대상 품목들은 대부분 중국 '제조 2025'와 연관된 것으로서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전기 자동차 등이 주종이다. 미국이 우위를 누리는 첨단기술산업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나 추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이미 미국은 10대 첨단기술제품 분야에서 지난해 중국에 1354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첨단기술제품의 전체 무역적자 1109억달러를 20%나 초과한다.
양국과 경제적, 기술적 연계성이 큰 우리 경제도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결과를 빚지는 않을까. 소득주도 성장의 실험 속에 혁신 성장을 추구하고 있지만 무역과 기술을 둘러싼 신냉전 시대의 도래에 우리가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
배현기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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