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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대수술로 수천 년 풍화를 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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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 수리 마치고 제 모습 찾아

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 수리 뒤 모습

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 수리 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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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국보 제11호)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석탑이다. 미륵사를 구성한 3탑 3금당 가운데 서탑으로,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이자 백제 후기에 중흥기를 이끈 무왕 시대에 지어졌다. 목탑처럼 석재 2800여 개를 짜 맞춰 석탑 양식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16세기 전후 절이 황폐화되고 벼락을 맞아 상당 부분이 훼손되거나 어긋났다. 조선총독부에서 1915년 붕괴된 부분을 시멘트로 땜질해 응급 보수한 상태로 후대에 전해졌다.
미륵사지 석탑이 20여년에 걸친 보수를 마치고 옛 위용을 되찾았다. 이 석탑은 1998년 구조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아 이듬해 해체·수리가 결정됐다. 작업을 담당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일 보수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최근 수리를 마친 모습을 공개했다. 탑은 높이가 6층으로 14.5m다. 본래 높이는 25m로 추정된다. 18세기 기행문 와유록(臥遊錄)에 7층까지 남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탑을 어떻게 복원할 지를 두고 학계 안팎에서 치열한 논란이 일었으나, 6층까지 세우는 부분 복원으로 결론이 났다. 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7층 위로는 옛 부재(탑 재료)가 하나도 남지 않은데다 새 부재를 올리면 옛 부재들이 하중을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 1910년 모습

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 1910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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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수는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 기간 수리가 진행됐다. 투입된 사업비만 230억원으로, 숭례문 복원(25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다양한 분야의 학술·기술 조사연구와 구조보강, 보존처리 등을 함께 시행해 작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손으로 긁으면 부스러질 정도로 연약한 것으로 판단됐던 콘크리트도 예상 외로 단단해, 해체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미세하게 남은 콘크리트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기계까지 사용해 걷어냈다. 해체된 콘크리트만 185t에 달한다. 구조를 조사한 결과 미륵사지 석탑은 외부 치장석과 내부 적심을 이원화한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재 지질조사에서는 인근 미륵산에서 캐낸 석재들을 아래로 굴린 뒤 우차 등을 사용해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옛 부재와 새 부재의 비율은 각각 65%와 35%. 수천 년 풍화로 변색되거나 마모된 옛 부재에 새 부재가 조각조각 맞춰지면서 외관이 다소 얼룩덜룩해졌다. 연구소는 옛 부재 가운데 81%를 재사용하면서, 익산에서 나는 화강암인 황등석을 캐어다가 새 부재로 충당했다. 가령 기단부(집터를 잡고,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에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에 부재했던 갑석(돌 위에 다시 포개어 얹는 납작한 돌)을 새로운 부재로 보강했다. 배 실장은 "새 부재가 많다고 할 수 있지만 최대한 옛 부재를 많이 쓰면서 원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심주석(내부 돌기둥) 상단에는 2009년 탑에서 발견됐던 사리호, 금제사리봉영기, 유리구슬 등이 복제돼 묻혔다. 얇은 금판에 글자를 음각한 금제사리봉영기는 미륵사의 창건 배경과 발원자(사택왕후), 사리 봉영 시기(639년) 등을 알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유물이다.

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 수리 뒤 모습

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 수리 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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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다음 달 말부터 석탑 외부에 설치한 가설 시설물을 철거하고 주변을 정비한다. 이르면 오는 12월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공식 준공식은 내년 3월12일로 예정돼 있다. 사리가 봉양된 날짜(639년 정월 29일)를 음력으로 맞췄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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