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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式 도시계획 3.0]낙후지역 도시재생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선거 끝나면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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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시재생 둘 다 외면받은 정릉·장위동 등 낙후지 문제 심각
"개발얘기 한참 전부터 돌았지만 선거 끝나면 모두 헛말"

서울형 1호사업 창신·숭인 사업효과 피부로 못 느껴
"도시재생 뭔지도 잘 모른다"…경사길 노후 상하수도관 등 인프라투자 더 간절
정부·지자체 주도 아닌 민간 주체 거버넌스 필요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노후주택 밀집지역.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노후주택 밀집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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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6월14일 찾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북한산보국문역 2번출구로 나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일대 풍경은 다소 기이했다. 길음뉴타운 경계지역인 오른편에 대형 브랜드 아파트들이 우뚝 솟아있는 반면 왼편 정릉동 지역엔 낡고 힘없어 보이는 단독주택들이 즐비했다. 폭이 20m도 채 되지않는 정릉천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두 시대(時代)가 공존하고 있었다.

◆정릉동ㆍ장위동, '희망고문'만 수십년=정릉동은 2000년 들어 서울이 '개발'과 '도시재생'이라는 두 물감으로 채색되는 과정에서 그 어느 색으로도 덧칠되지 않은 여백이다. 정릉 1ㆍ3ㆍ5ㆍ8구역에서 재개발ㆍ재건축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최근 5년 새 모두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정릉골재개발도 수십년째 답보상태다. 그렇게 '버려진' 정릉동은 현재 서울에서 노후 단독주택 밀집도(74.9%)가 가장 높다. 마을 곳곳엔 주저앉아 비닐과 천막으로 뒤덮인 지붕이나 녹슨 가스배관, 뒤엉킨 공중선 등으로 안전 문제가 심각해보이는 곳이 많았다. 이 지역에서 40년 넘게 거주해왔다는 박모(76)씨는 "여기 처음 살았을 때부터 개발얘기가 나돌았지만 선거 끝나면 모두 헛말이 돼버린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에서 노후 단독주택이 두번째로 많은(3722가구) 성북구 장위동도 활력없어 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장위동은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15개 구역으로 나뉘어 각각 재개발이 추진됐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사업이 번번이 무산됐다.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6개 구역(8ㆍ9ㆍ11ㆍ12ㆍ13ㆍ15구역)에서 뉴타운 지정이 해제됐다.

장위14구역도 정비구역 해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14구역 한 주택가 벽면엔 '주민은 매몰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법이 통과됐으니 정비구역 해제 동의서를 빨리 냅시다. 13구역은 해제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평당 300만~700만원 상승했습니다'고 돼있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14구역 한 주민은 바로 맞닿아 있는 13구역을 "저쪽 동네"라고 불렀다. 원래 하나였던 동네가 자본의 편익에 의해 15개로 쪼개진 것도 모자라 주민들의 마음마저 갈라놓은 모습이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 뉴타운 13구역' 인근에 붙어있는 한 현수막.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 뉴타운 13구역' 인근에 붙어있는 한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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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式 도시재생은 낙후지를 살려냈나=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시장직을 처음 맡은 이후 정릉ㆍ장위동처럼 낙후된 지역을 개발이 아닌 보존의 관점에서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도시재생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지가 종로구 '창신ㆍ숭인' 지역이다. 이 지역은 박 시장의 적극적 유치활동으로 2014년 5월 서울에서 유일하게 국토부 선정 전국 13개 도시재생선도지역에 포함됐다. 사업 완료시까지 총 1000억원의 자금이 투입 될 예정으로 지난해 말까지 약 200억원 규모의 마중물사업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창신ㆍ숭인 지역에서 만난 다수의 거주민은 '서울형 도시재생 1호'라는 타이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창신동에서 봉제업을 영위하는 60대 김모씨는 "돈을 수백억원 쏟아부었다는데 건물 몇개 지은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다"며 "보여주기식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중장년층 중에선 "도시재생 사업이 뭔지 잘 모른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시급한 개선사항에 대해선 낙산성곽길 주변 가파른 경사나 노후 상하수도관 정비 등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이 주로 언급됐다. 하지만 현재까진 백남준기념관과 봉제역사관 등 건축물을 세우는 데 돈 대부분이 쓰였다.

급경사 구역이 많고 차도와 도보의 구분도 없어 '000길'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한 핵심 상권가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낮아보였다. 창신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도시재생 사업 이후 일반상승분을 넘어서는 임대료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교통이 우선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형 도시재생 1호' 사업지인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서 한 노인이 손수레를 끌고 비포장 도로를 힘겹게 내려가고 있다.

'서울형 도시재생 1호' 사업지인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서 한 노인이 손수레를 끌고 비포장 도로를 힘겹게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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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도시계획 3.0, 마을공동체 중심의 새로운 '거버넌스' 필요= 종로구 숭인동 동묘앞역 2번출구 앞엔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CRC)인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사무실이 있다. 지역재생기업이란 초기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지역사회의 공유자산을 활용해 기업적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이어나가는 일종의 주민출자법인이다.

이곳에서 만난 손경주 창신ㆍ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기획운영실장은 '박원순 3기'의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민간이 주체가 되는 거버넌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창신동에 40년 넘게 거주해온 주민이자 도시설계 전문가로서 이 지역 도시재생사업 전 과정을 목격해왔다.

손 실장은 "재량권이 없고 인력상 한계가 있는 공무원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도시재생 사업을 다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시·구 의원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의할 수 있고 책임감도 더 큰 마을 주민이 직접 사업 주체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예컨대 지역 주민이 만든 사업체를 지자체가 발주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면 일자리도 생기고 마을 발전을 위한 기술역량도 쌓게될 것"이라며 "이런 게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이자 도시재생 사업을 장기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비결이다"고 강조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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