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세(sin tax)는 담배, 청량음료, 패스트푸드, 마리화나 등에 매기는 세금이다. 국가가 유해하다고 판단한 물품에 대한 납세자의 소비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소비세 규모를 훌쩍 넘어 조세 명목으로 징수하는 부담금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조세를 국가 등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거나 정책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별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ㆍ징수되는 과징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라 조세의 기능은 크게 ‘국가의 재정수요의 충족’과 ‘정책 목적의 실현’으로 구분된다. 죄악세는 정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조세의 전형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정책 목적의 조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상공업세는 사농공상 정신에 입각하여 농민이 상공업에 진출하는 것을 억제하였고, 흥선대원군은 은광개발 장려를 위해 은광 수입의 현물 납세량을 줄여주기도 하였다. 죄악세는 재정수입과 무관하게 특정행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책 목적의 조세와 차이가 있다. 죄악세의 목적이 완전히 달성되면 그로 인하여 거두어 들이는 재정수입은 제로(0)가 된다. 과연 그러한 세금이 우리의 조세제도상 허용될 수 있는가? 그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세금의 역사와 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응능과세 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은 공평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대부 아담 스미스는 담세력에 따른 세부담을 최초로 주장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조세평등주의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납세자의 담세능력에 상응하여 공정하고 평등하게 할 것을 요구한다”고 보았다. 개개인의 담세력에 상응하는 세금이 부과되어야만 정의롭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세금 부과를 정당화하는 개인의 담세력이란 무엇인가? 현행 세제와 이론 하에서 담세력은 크게 소득, 소비 그리고 재산으로 구성된다. 소비와 재산은 소득이 바뀐 모습이기 때문에 담세력 중 가장 중요한 원천은 소득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담세력 파악의 방법과 정도는 국가의 이념이나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담세력이 전혀 없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조세부과의 핵심근거는 담세력이고, 조세의 주된 목적은 어디까지나 재정수입 확보에 있다. 재정수입의 목표는 전혀 없고 국민의 행동을 억제할 의도만을 가지고 있는 조세를 이른바 ‘압살적 조세(Erdosselungssteuer)’라고 하는데 이러한 세금은 위헌이라는 데에 세계 각국의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담세력의 근거 없이 조세를 마치 ‘전가의 보도’와 같이 활용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 과태료 등의 다른 제재수단을 과하면 족하다. 죄악세가 추구하는 정책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조세의 이름으로 도입하는 문제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조세제도는 재정수입을 조달하고 소득을 재분배하며 사회정책적 기능을 수행하는 우리 사회의 마룻대와 대들보이다. 정책적 요소의 반영을 통해 조세제도의 순기능을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를 남용하여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중용의 미덕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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