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박원순식 도시계획 10년 체제를 맞는다. 초고층 규제와 도시재생을 골자로 한 주택정책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 당선된 2011년 이후 이번 임기 마지막인 2022년까지 약 10여년간 일관된 주택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변수나 변화가 줄어든 만큼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를 중심으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대규모 도심개발 속도 등 분야별 주 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귀추가 모아진다.
이런 탓에 초고층 재건축을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던 사업지들은 박 시장의 3선으로 내부 조율이 불가피해졌다. 압구정 한강변 일부 사업지들이 50층 재건축을 준비 중이지만 이곳에만 예외를 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앞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토지 등 소유자 5000여명을 앞세워 50층 재건축을 추진하다 서울시가 심의조차 해주지 않아 결국 35층으로 선회했던 것도 이때문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조율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환수제에 대한 박 시장의 시각이 정부와 같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강남, 강북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거 기간에도 박 시장은 "지난해 연말까지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의 법적 미비 요건을 검증해 부담금의 탈법적 면제를 막겠다"며 "재건축 부담금의 서울시 귀속분을 노후 지역 기반시설 확충 및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직권해제지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서울에서만 총 170곳의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이 직권으로 해제됐다. 사업이 지연되고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해제를 요청한 구역으로 관할 구청장이 주민의견을 조사해 사업찬성자가 50% 미만인 경우 시장 직권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이들 사업지에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를 도입할 예정으로 이는 정부 핵심 사업인 도시재생과도 연계된 상태다.
◆주거지는 깐깐하게ㆍ균형발전은 과감하게 = 주거지 관리가 규제 위주로 진행됐다면 계획된 도심 내 초대형 개발 사업에는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진다. 용산역세권 정비, 영동대로 지하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이 대표적으로 모두 '조 단위'의 사업비가 필요한 곳들이다.
서울 용산역 일대 349만㎡를 개발하는 종합개발 계획인 '용산 마스터플랜'은 조만간 공개된다. 선거 등의 변수로 발표 시점을 미뤄놓은 상태로 기초조사는 모두 마무리됐다. 용산 마스터플랜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용산역세권, 정비창 등 용산 일대의 전체적인 개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용산을 개발하겠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1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도 하반기 본격 이뤄진다. 환경영향평가에 이어 교통영향평가를 위한 업체 선정 등 본 실무 작업이 시작됐다.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은 향후 분야별 건축심의 등 총 20여개 심의를 받아야하지만 인근 GBC 사업과 공사가 중복되는 점을 감안해 내년초에는 관련 평가가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정비업계의 전망이다.
이밖에 창동ㆍ상계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지역별 개발 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도시계획도 '복지', 임대 확충 = 박 시장은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해 재건축 부담금의 서울시 귀속분을 저개발 지역 기반시설 확충과 임대주택 공급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설치해 예산 편성 시 균형발전 기여도를 기재하는 '균형발전영향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2022년까지 총 24만가구다. 지난 6년간 공급한 물량의 2배 수준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위한 맞춤형 임대를 집중적으로 늘린 게 눈에 띈다. 지난해 9월부터 가동한 '국토부-서울시 정책협의 TF회의'에서 기성시가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견을 모은 데 따른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24만가구는 공공임대주택 12만가구와 공공지원주택 12만가구로 나눠 추진된다.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14만5000가구는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2030 청년세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중 역세권 청년주택의 공급량은 당초 5만가구에서 8만가구로 확대 조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6~7년간 실효성 검증을 위한 주택 정책이 추진됐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로 도시 균형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며 "기초자치단체와 산하 기관 등의 협력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끌어갈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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